뼈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
잔소리로 뼈 맞고도 포근했던 적이 있었나. 역설적이지만 진심이 담긴 조언에 현실을 아프게 직면하고도 따뜻한 구름에 폭 싸이는 기분을 느낀 오늘을 기록하고자 한다.
30대 초반인 내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제는 직장이다. 이직이 잦았다. 내 능력에 비해 좋은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단순한 업무에 자괴감이 들었던 적도 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툭툭 털고 일어나기도 했고, 평온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직이 잦았다는 이야기는 어딘가 새로 들어갈 직장이 있었다는 것. 갈 곳이 없어 놀아보기도 했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이직을 종종 했다. 오늘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내가 얻은 것이냐, 누군가 쉽게 내 손에 쥐어준 것이냐.
얼마 전, 함께 일했던 부장님과 통화를 하던 중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씀하셨다. "너굴이 너는 나에게 정말 예쁜 직원이었지. 그런데 너굴아, 다른 사람들은 직장을 얻기 위해 치열한 20대를 보냈어. 너는 좋게 말하면 운이 좋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쉽게 많은 것을 얻었다. 지금 겪는 어려움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 거야"
그리고 오늘, 또 다른 옛 상사와의 통화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을 너무 쉽게 살다 보면 언젠가 너에게 독이 될 거야. 조금 더 나은 자리가 있다고 해도 네 힘으로 얻은 것을 택해. 그게 실력이야"
내 브런치 첫 글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나는 직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내용을 쓰려고 브런치를 시작했을 정도로 절대 쉽게 오늘의 내가 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쉽게 쉽게 살아왔다는 말을 듣는 것이 기분 좋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두 분은 나의 잘됨을 진심으로 바라신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 말들에 스스로 날을 세워 붙이는 일 따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잔소리가 너무 길었지? 미안해. 그런데 누가 잔소리해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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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을 향한 비난은 쏟아져도 진심 어린 조언에는 인색한 시대다. 얼어붙은 세상에서 그래도 내가 서있는 자리에는 햇빛이 비치우는 느낌이다. 철 모를 때 만난 그들의 눈에 나는 아직도 새싹이라는 이유로.
그냥 다 감사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