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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08. 2020

공식입장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당신에 대한 나의 공식입장


   유난히 친구들이 많이 결혼하던 해. 친구들은 음악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내게 축가를 부탁하곤 했다. 언젠가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식장을 압도해버리는, 식을 올리는 두 사람을 너무나도 축하해주는 느낌이 감도는 축가를 듣고는 이후로 절대로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아주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모두가 다 하는 노래를 고를 순 없었다. 노래도 잘 못하는데 모두가 다 하는 노래를 나도 부른다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았다. 물론 축가는 하객 중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작아질 것 같았다. 노래실력을 커버할 수 있는 특별함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단 하나의 무기. 노래를 만들어서 불러줘야 하겠다. 너희 둘을 위해 내가 직접 가사를 짓고 멜로디를 붙인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단어를 떠올렸다.



   '공식입장'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참 좋아하는 그것. 말하기 껄끄러운 그것. 하지만 그것은 축가의 제목과 주제로 썩 적당한 것이었다. 


   '당신에 대한 나의 공식입장은 이렇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같은 작사/작곡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랫말을 먼저 짓는 사람도 있고, 멜로디를 먼저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 두 가지를 혼합하여 만들어보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두 가지 스타일이 물과 불처럼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사를 이만큼 써놓고, 거기에 멜로디도 이렇게 붙여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붙인다. 그래서 가사가 조악하다. 말이 안 되는 가사가 많았다. '시적 허용', '멜로디가 우선' 이라는 말로 늘 합리화를 하곤 했지.


   하지만 이때는 노래의 내용과 컨셉이 먼저 정해졌다. 친구의 결혼식 축가로 부를 '공식입장'이라는 노래. 생각보다 가사는 술술 만들어졌고, 노래의 인상을 결정하는 첫 소절의 멜로디도 비교적 쉽게 떠올려졌다.



   결혼식 날이 임박할 때까지 후렴구의 가사를 계속 고치고 또 고쳤다. 억지스러운 느낌과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너희를 위해 노력한 나의 마음만 알아줘.



공식입장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당신에 대한 내 공식적인 입장은
유명한 사람들의 그것처럼 어렵고 복잡한 것만은 아니야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당신을 향한 내 사사로운 마음은
우리의 계절이 지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해지길 바래


   후렴구의 가사가 입 안에 맴도는데, 몇 개의 단어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여기까지만 적어둔다. 

   이걸 잊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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