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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07. 2020

합정역 2번출구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합정역, 욕망의 투영


   합정역. 최근 합정역에서 유명한 것으로는 '5번출구'가 있겠다. 합정역의 출구 중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으로 향하는 출구라고 할 수 있지. 많은 음식점과 술집 그리고 사람들. 홍대입구에 비해서는 덜 붐비고, 연령대도 높은 편이지만 5번출구쪽은 참 사람이 많다.


   2015년 여름부터 2017년 말까지 내가 살았던 곳은 합정역 2번출구 부근이었다. 지금 그 부근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메세나폴리스다. 내가 공연을 하러 서울에 처음 오가기 시작했을 2008년 그곳은 '공사중' 펜스가 둘러있었고, 2010년 즈음부터 그곳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남이나 종로가 아닌 지역에 세워지는 거대한 높이의 주상복합 빌딩. 좋은 집과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이들의 욕망을 투영하듯 그것은 40층 가까이 되는 높이로 주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의 합정역 2번출구의 표정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


   메세나폴리스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켜주기 시작할 때쯤 그 건너편 8번출구 쪽에는 다른 건물이 태동할 준비를 시작한다. 2012년부터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하더니 2014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이름은 딜라이트 스퀘어. 이 건물이 올라갈 때 나는 내 거주환경에 신경쓰느라 이곳을 잘 살펴볼 겨를이 없었는데, 합정역의 북서쪽은 이렇게 높은 두 건물이 잠식해버린 모습을 하게 되었다. 수준 높은 거주환경을 원하는 사람들과 건설사의 합작품이랄까.


   개인 예술 작업자들이 만들어낸 홍대 - 합정의 분위기와 문화예술 인프라는 온데간데 없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높은 주상복합 건물 두 개가 합정역의 표정을 결정해 버렸다. 


   

2015년 7월의 그곳


   2015년 7월 나는 합정역 인근으로 이사했다. 합정역 2번출구와 망원역 1번출구의 중간쯤 위치. 앞서 글에서 소개했듯 그 어려운 여섯 단계를 거치고 내가 성공적으로 계약한 그 집. 10분 거리여서 이사는 어렵지 않게 마쳤고, 짐도 정리를 했고.


   이사하고 며칠 후 그 집에서 어머니와의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나바위성당에서의 일을 끝내고 잠시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이사한 집에서 나와 함께 10여 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식사를 비롯해 집안일에 도움을 주실 어머니가 집에 계시다는 것, 서울온 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정말 새로운 느낌의 10일을 보냈지만 어머니가 가시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참으로 금방이라는 것도 알았다. 어머니가 다시 전주로 내려가신지 2주쯤 지난 저녁 어느날, 집주위를 여유롭게 산책했다.



   저녁에 하릴 없이 집을 나서 합정역 2번 출구 앞을 지나 홍대 쪽으로 쭈욱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풍경에 조금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망원시장 근처, 성미산학교 근처, 서강대 근처, 신석초등학교 근처 등 마포구 이 곳 저 곳 살아봤지만 각각의 곳들은 다른 느낌과 향취를 갖고 있다.


   합정역 2번 출구는 늘 쓸쓸한 느낌을 준다. 가만히 보면 2번 출구 뿐 아니라 합정역의 모든 출구는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있다(근처의 홍대입구, 신촌, 망원역 등의 출구와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그렇다). 있을 것들이 없지도 않은데, 역 근처의 건물들이 그런 느낌을 줘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만 한 곳이 딱히 없어서 그런가..


   오늘도 합정역 교차로를 지나 2번 출구 쪽으로 걸어왔다. 저 메세나폴리스는 오늘도 높은 곳에서 주위의 것들을 굽어다 보는 것인지, 그냥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음식점 등을 포함해 활기찬 곳은 마포만두 정도, 나머지는 손님이 많이 없거나 있어도 그리 소란스럽지 않다. 이 곳을 포함한 집들의 모습도 그렇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동네다. 조금 나서서 큰 길을 건너 마주하게 될 홍대나 망원시장 등의 분주한 모습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들어오면서 들었던 이 음악과 몹시 어울렸다.


https://c11.kr/jxq0


# 맨 위 사진 속 마포만두와 홍대백암 순대집은 현재 모두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마포만두가 있는 건물은 재건축해서 건물 자체가 바뀌기도 했다. 몇 년 사이 또 변해버린 골목, 도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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