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werzdx Dec 06. 2020

아시아선수촌아파트 건축문화투어의 기억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서울건축문화제의 프로그램


   2011년 故 정기용선생님의 말하는 건축가를 보고 난 후 건축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졌던 나는 건축이나 도시에 관련된 강연과 투어 등을 많이 찾아다녔다. 정기용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셨고, 우리나라 공공건축 분야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조성룡 선생님의 강연을 몇 번 다녔던 것 같다.


   2015년 시점에 이미 서울에서 여덟 번째 집에 살고 있던 내가 집과 건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주에서는 28살 때까지 내내 아파트에 살았지만 상경하고 나서는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아파트가 도시의 경관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했었고.



   매해 열리는 서울건축문화제. 2015년 행사의 시민참여프로그램 중 조성룡 선생님이 동행하시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 투어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라니! 동행하며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생전 가본 적 없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라는 곳도 보고, 몹시 기대되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유래와 개요


   2015년 10월 25일 일요일 아침, 2015 서울건축문화제 시민참여프로그램 중 하나인 건축문화투어에 참여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조성룡 선생님이 직접 설계하신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투어 시간이어서 몹시 기대되었다. 뒤늦게 신청했지만, 다행히 참석이 가능했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좀 있었나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른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있나봐요, 라고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종합운동장역 바로 옆에 있는 아시아공원 원형마당에서 투어는 시작되었다. 80년대 군부정권에 긍정적인 의미를 덧씨우기 위한 국가적인 이벤트였던, 아시안게임의 정치사회학적 의미와 국제설계공모까지 하며 큰 관심이 되었던 이야기 등을 말씀해주셨다.


   당선되고 건축된 조성룡 선생님의 안은 - 아파트단지들의 일반적인 형태인 일자가 아닌 'ㄷ'자 형태로 3개의 동이 같은 방향의 입구와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게 되어있으며,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마당과도 같은 공간이 있었다.



   또한 동과 동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필로티' 구조로 설계한 최초의 아파트였다고 한다. 건축가와 조경가가 아파트와 공원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공모의 조건이었고, 국내에서는 그렇게 조성된 최초의 아파트였다고 한다.


   아파트의 높이는 한 동에도 9층부터 18층까지 다양하게 되어있었으며, 각각의 동마다 갖고 있는 높이가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ㄷ'자 구조 건물의 약점인 중앙 주차장에 햇볕이 잘 안 들어오는 점을 보완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늘이 넓어 보이게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주목했다고 하셨다. 사람들로 하여금 되도록 사계절의 변화를 많이 느껴보게 해서 고정된 환경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단지 내에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느티나무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아파트 통로에 나가서 바로 차 안으로 들어가고, 에어컨이 우리가 있는 모든 공간의 온도와 습도를 비슷하게 맞춰주는 등등의 환경들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라고 하셨다.


   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아파트 내에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빨리 갈 수 있는 직선으로 된 길이 있는가 하면, 조금 돌아가며 나무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볼 수 있는 길도 있었다. 단지 내에 모든 인도들은 차도를 피해서 거의 다 서로 이어져있다. 그저 '빨리빨리, 최대한 편리하게' 와 같은 마인드를 벗어나 조금 더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줄수 있을 풍경을 많이 생각하셨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아파트에 대한 생각


   전체가 하나의 큰 공원과 같이 느껴졌던 아파트 투어를 하고 투어의 종착점인 '부림마을'이라고 써진 비 앞에 도달했다. 한강을 매립해서 만들어졌던 이 곳은 과거에 '부리도'라는 섬이었다고 한다. 이 곳이 개발되며 원주민들은 쫓겨나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어느 곳에나 쫓겨나는 사람들, 새로 이 곳을 점유하게 되는 사람들은 있다. 국가적인 개발로 인해 이 곳 역시 그러한 역사를 갖고 있었다.



   '아파트 건축' 이라면 건축가의 손과 수고가 크게 들어가지 않고, 시공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의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70% 가량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말 문제는 분명히 아닌 것 같다.


   아파트에 대한 리뷰가 너무 없다고 하셨다. 외국처럼 아파트 전문 건축가도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또한, 현재 '우리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과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를 깊게 생각해보고, 의견을 모으고,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조금 귀찮은 일요일 오전이었지만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아파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시간.

작가의 이전글 익선동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