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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0. 2020

망원시장 반찬가게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망원시장 어떻게 가니?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서교동 집으로 이사한 얼마 후에 어머니의 휴식을 그곳에서 함께 보냈었다. 가까운 신부님 때문에 어머니가 오랜 시간 함께 일하셨던 곳. 엄니는 그곳에서의 일을 마치고, 나와 이 집에서 5년 만에 오롯이 며칠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계시는 며칠 동안 만이라도 엄니는 내게 좋은 집 반찬을 해주고 싶어 하셨다.

   “아이고, 니가 언제 서울에서 집밥을 먹어봤겄냐? 니가 좋아하는 망원시장 가보자.”


   망원시장에 가서 엄니와 나는 반찬 재료를 샀다. 재료를 사시며 엄니는

   “여기는 전주 서부시장이랑 비교해도 안 비싸. 더 싼 것도 있는 것 같여. 식재료 질이 아주 좋은지는 잘 모르겄는디 어쨌든 싸다.”


   누군가 내게 망원시장의 식재료가 아주 저렴한 편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엄니는 기본적인 반찬을 몇 개 만들어주셨다. 직접 갖고 올라오신 김치를 비롯해 몇 주 동안은 내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양의 반찬.


망원시장 ㄴㄱ야채


   출근할 때 아침을 해주시고 함께 먹던 일, 그리고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먹던 일. 그 특별할 것 없던 시간들이 여전히 기억에 선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다정했던 시간들. 남들 같으면 벌써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나이였지만, 내겐 어머니와 보냈던 열흘의 시간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서울 올라오고 나서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날들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열흘의 시간이 지나고, 혼자서 며칠 보내니 또 아무렇지 않게 예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다시 전처럼 익숙해졌고, 며칠간 잘 먹던 엄니 반찬을 두고 다른 것을 먹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고.


   엄니가 내려가시고 보름쯤 지나 ‘안 좋은 거 먹지 말고 잘 챙겨먹으라던’ 엄니 말씀이 다시 생각나서 오랜만에 망원시장에 갔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로 가까웠지만 생각만큼 자주 가지는 않던 곳.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ㄴㄱ야채’에 들렀다. ㄴㄱ야채는 월드컵시장 방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내가 자주 반찬을 사던 곳이다. 다른 반찬집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짜지 않은 맛이어서 내가 특히 좋아했다.


   라면을 자주 먹는 애들 입맛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할아버지 입맛이기도 했던 나는 ‘머위대 들깨볶음’ 반찬을 참 좋아했다(그 반찬의 공식 명칭이 ‘머위대 들깨볶음’이라는 것을 글을 쓰려 찾아보던 방금 처음 알았다, 엄니께 늘 ‘들깨국물에 담군 머우떼‘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머위대 들깨볶음을 비롯해 콩자반과 도라지 무침을 함께 골랐다. 그리곤 아주머니께 외쳤다.


   “저 혼자 살아서 그런데, 혹시 이거 세 개 합쳐서 5천원어치 싸주실 수도 있을까요?


   아주머니께서 약간의 생각을 하시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실 때쯤, 팩트를 겸비한 공격!


   “제가 자주 사먹는데 다른 집에 비해 여기가 짜지도 않고 참 맛있어서요.”

   “아이고 그래요.”


   읏으시더니 나의 주문대로 반찬을 싸주시고, 거기에 열무김치까지 추가로 조금 주셨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속으로 한 번 더 하고 반찬들을 받아들고 집에 와서 반찬통에 각각의 반찬을 담았다.


   반찬집에서는 각각의 반찬을 3천~5천원의 가격에 파셨는데, 이렇게 네 가지 다 합쳐서 5천원이라니! 뿌듯하면서도 내가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는 소속감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반찬을 보면서 엄니가 해주셨던 음식과 이야기들이 더 생각났다. 그리곤 맛있게 먹었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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