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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1. 2020

첫 헬싱키, 언제쯤?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마지막 1% 채우기


   일에 치일 때, 회사에서 서러운 일을 겪었을 때,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있는 것마저 탕진하고 싶어질 때 등등.. 문득 여행을 떠올리게 된다.


   이곳 서교동 집에 살 때도 다니고 있던 지도 디자인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다. 주로 관공서를 클라이언트로 두는 용역회사의 숙명. 그것은 때론 나를 시험에 들게 하기도 했었다.


   그럴때마다

   '당장 담달에 때려치고 확 여행이나 가버릴까?!!'


   치기어린 맘이 97%, 진지한 맘이 2%, 월급날을 기다리는 나의 통장잔고가 1%.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여백은 늘 99%가 채워져 있던 물통 속 마지막 1%의 공간이었다. 2016년 말에 진짜로 일을 그만뒀지만 그 마지막 공간이 채워지기까지 나는 꽤 오래 버텼었다. 오직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우리가 헬싱키를 경험하는 방법


   그리곤 내게 늘 로망으로 남아있는 미지의 세계. 바로 북유럽이다. 방송에서 북유럽 여행이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북유럽을 갈망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오로라도, 이케아도, 축구도 아닌 모든 면에서 앞서있는듯한 부러운 나라의 도시에 가서 경관과 사람들의 태도, 규칙, 규범, 분위기 등을 느끼고 싶었다.


   지금껏 나는 이미 마음 속으로 북유럽 여행을 일곱 번쯤은 계획했었다.

   - 그 중 서 너번쯤은 욱하는 마음에 막연히 한달 후쯤의 비행기 티켓 가격을 알아보고 내가 가진 돈만큼의 일정을 헤아려보던 때,

   - 또 그 중 한 두번은 비행기 티켓 가격에 숙소의 가격과 위치 그리고 구체적 일정까지 헤아려보기도 하고,

   - 또 그 중 나머지 한 두번은 오가는 날짜에 따른 비행기 티켓 가격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야간 직행버스를 타고 핀란드로 들어가는 일정 포함 자세하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보기도 했다.


   그렇게 열망하는 마음이 불타올랐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니 나의 여러 가지 핑계와 용기 없음으로 올해(2015)는 간접 경험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그 간접경험, 이번엔 꽤 귀엽고 구체적이다. 그 귀엽고 구체적인 방법, 바로 '첫 헬싱키'를 통해서.



   한 달에 두번씩은 의무적으로 드나들곤 하던 땡스북스. 달뜬 맘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 달에 두어번 책을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책을 사지 않을지도 모르니.



   이 귀여운 책과 나의 경험에서 근거한 우리가 헬싱키를 경험하는 방법은,


   1. 좋은 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공항에 직항으로 가는 방법,

   2.(주로) 모스크바에서 환승하여 헬싱키공항으로 역시 비행기로 가는 방법,

   3.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비행기로 가서 야간 직행버스(2만원 이하라고 함)를 타고 헬싱키로 들어가는 방법(1년 전쯤의 내가 알아본 방법),

   4. 첫, 헬싱키와 같은 책을 통하는 방법,

   5. 걸세와 같은 tv프로그램을 통한 방법, 그리고

   6. 어린시절 호텔왕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을 통하는 방법 등이 있다

   (대부분이 이 단계가 아닐지).


   나는 올해 3번의 방법까지 나아가려 하였으나, 5번과 6번을 정복한 상황에서 4번까지 나아가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3번은 언제쯤 가능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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