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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5. 2020

내겐 마지막 부국제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자의 반, 타의 반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영화제를 보러 다니는 것은 내게 삶의 낙이었다. 평소 최신 개봉영화, 관객이 많이 든 영화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영화제는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 앞에서도 말했듯 상업적인 수단이 걷히고 나면 훨씬 자유롭고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영화제에서.


   그렇게 기대를 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2015년의 부산이 내게 마지막이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단지 나의 귀찮음이나 열정의 소멸이 아니고, 다른 이유에 의해서였다.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조처를 취하자 많은 영화인들은 반발했고 평소 부국제를 사랑하던 많은 이들이 관람을 보이콧했다.


   나 역시. 그 이후에는 부산영화제를 한 차례도 가지 않게 되었다. 부산도 가지 않게 되었는데, 이후 2~3년 간은 그것이 이유가 되었고, 그 이후 영화제가 제자리로 돌아온 뒤에는 나의 귀찮음이 이유였다(이젠 갈 에너지가 없어..).


   그렇게 타의에 의해서 마지막 부국제 관람이 되었던 그해 부산에서의 가을. 하나의 장면을 추억해본다.





   마지막 영화였던 '서북서' 가 끝나고 차 시각 때문에 GV에 참석 못 하는 걸 아쉬워하며 쪽문으로 먼저 나오는데 매력적인 주인공 '칸 하나에' 배우가 무대에 입장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재일교포인 그녀는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한다).

나는 그녀 바로 앞을 지나며 몇 초간 눈이 마주쳤다. 그냥 그랬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어쨌든 영화는 매우 좋았다.


   센텀시티와 해운대를 정신 없이 오가며 힘들기도 했지만 역시나 무척 즐거웠다. 남은 기간 또 가고 싶어서 큰일이다.. 2015년 부산도 안녕! (마지막이 될 줄은..)


   그해 가장 좋았던 두 개의 영화는 짧은 감상과 함께 평점을, 나머지는 평점만-


파라다이스 - 8.5

   삶과 사랑과 가족 등 매일매일이 녹록치 않은 주인공의 일상을 쫓아간다. 영화 안에서 비추는 시간들이 그녀에게는 특별한 날들의 연속이었을지 모르나, 관객들에게는 남루한 일상이었다. 때문에 중간중간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있었으나, 이것이야말로 일상을 있는 그대로, 가끔은 조금 특별하게 보여주는 영화로서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란 영화를 본 것이 많지는 않지만 본 것마다 아주 좋았고, "파라다이스' 역시 올해 지금까지 본 것들중 가장 좋았다.
흔들리는물결 – 8.0

   고른 것들 중 유일한 한국영화였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화면전환 등이 단양의 풍경과 주인공들의 절제와 함께 아주 고요했다(요즘 남녀간의 사랑 영화인데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한 번도 안 나옴).

   삶과 죽음의 경계와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GV에는 감독님과 심희섭 배우가 왔다 (고원희 배우가 나오기를 더 바랬지만..). 심희섭 배우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1999, 면회' 에서 봤다! 작년 부산에서 만났던 '한여름의 판타지아' 처럼 새롭고 좋은 발견이었다.


서북서 - 8.0

그럼에도불구하고 - 7.5

카쉬미르의소녀 - 7.5

당신을기다리는시간 - 7.5

시먼딩이야기 - 7.5

택시 - 기대했는데 전날 너무 피곤해서 졸다가 내용 연결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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