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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6. 2020

달콤한 낮잠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서교동집에 살던 어느 휴일 오후,

   저~ 멀리 어딘가 다녀온듯한 느낌이 들었을만큼 아득했던 달콤한 낮잠에 대한 이야기.



계약만료, 스트레스


   서울와서만 8번째 집에 살고 있는 내게 집 구하는 일과 이사는 일상이 되었지만, 다가오는 집 계약만료일은 어지간히 스트레스였다. 만료 전 3개월 시점은 지난 상황이었지만, 1개월 전 시점이 지나야 암묵적인 계약 연장이 된다고 하니..


   한 집에서 1년 반 넘게 살아보는 게 처음이라 여태 계약 연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계약 연장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자니, 고려하고 있지 않던 임대료 인상이나 월세로 변경 등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두 달 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옆 건물의 재건축으로 인해 낮에는 집에 빛이 약간은 들어오던 때. 낮에 누워있는데 약간의 빛과 노곤함이 함께 밀려왔다.



올 것이 왔다?


   지난 설에 집 주인 분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는 말을 들었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던 것을 쿨하게 전세 6천으로 조정해주시기도 했고, 전세자금대출도 아무 거리낌 없이 해주셨던 분. 서울 와서 여태껏 만나뵌 가장 상식적이고 좋은 집 주인 분이셔서 마음이 좀 쓰이기도 했었다.


   이번달 관리비를 납부하며 집주인 분에 대해 살짝 여쭤봤다, 괜찮으신지.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아아. 그랬구나.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말씀을 건네고 통화를 끝내려는데, 집 계약 관련해서 할 말이 있으시단다. 


   '올 것이 왔구나, 월세로 바꾸려나?..하아.'


   집 주인분이 병원에 입원하신 후 관리를 하고 계시던 따님이 전하기를, 아버지께서 건물에 살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각 집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기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헐? 이게 내 집이 된다고?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저 말이 맞았다. 헐, 대박사건!!


   이게 무슨 일인가, 나의 집 계약 연장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계시던 어머니께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막 찾는 순간,



   잠에서 깼다.




   꿈에서 보던, 방으로 약간 새어들어오던 빛줄기를 찾으려 창을 열었다. 건물이 올라가는 옆집에 설치한 펜스가 어느덧 올라가서, 예전처럼 다시 빛을 다 가려 버린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마셨고, 나는 라면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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