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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8. 2020

2016 다시세운 프로젝트 (1)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다시 세운?


   2015년 7월부터 2017년 말까지 서교동 집에 살면서 가장 잘 한 일, 기억나는 일은 '다시세운 프로젝트'다. 2016년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프로젝트을 마친 후 1년 넘게 회사에 소속되지 않으며 불안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잊지 못할 경험의 시간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공모전/공모사업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까? 2016년 여름 처음으로 공모전에 당선된 후(상금을 기대하며 용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 뭔가 된다는 맘이 생겨 다시세운 프로젝트에도 도전하였다.



   세운상가, 이전까지는 이름만 알고 있던 그곳에서 '상가를 이루고 있는 산업 그리고 상가들에 어울리는 공간을 구성하고 세운상가의 타임라인을 만들어 보겠다' 는 아이디어로 기획공모에 당선되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저 남쪽 순천에서 카페일을 하고 있던 친구를 서울로 다시 불렀다. 나와 그는 파트너가 되었고 9월부터 작업을 개시하였다. 이후에도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고, 지금은 사무실에서 도시재생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내 친구.



400/25


   선정된 제안서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하여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다. 처음의 계획은 세운상가에 4개 정도의 상가 공간을 임차하여 음악감상실, 오락실 등 세운상가의 산업을 상징하는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린 그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막연하게 공실이 많을 것만 같았던 그곳에서 공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린 사업의 규모를 줄여 타임라인 책자를 제작해 전시하고, 내 경험을 살려 음반을 제작하기로 했다. 세운상가와 관련된 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여 노래를 만들고, 음원을 제작할 음악가들을 섭외해 음반을 제작하기로.



   작업과 전시를 할 기간인 두 달 정도만 임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그만 한 달여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시간이 더 지나 공실을 찾기도 어려워지자 우린 결단을 해야 했다. 기본 크기의 사무실 임차료 시세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이었는데, 400/25 짜리 사무실에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계약기간 1년...


   두 달 혹은 석 달간만 임대를 해줄 임대인은 없었다. 너무 막연하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했었다. 결국 1년 동안 400/25 짜리 사무실을 떠안은 우리는, '대신 전시가 끝나더라도 이곳 사무실을 기반으로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하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래된 도시의 미래, 세운상가를 말하다


   우리는 세운상가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이나 서적을 찾아 그 내용을 발췌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 자료실에서 꼬박 하루를 투자해서 모은 내용들을 가지고 세운상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할 수 있는 16개의 문장을 뽑았다. 그 문장들을 각각의 소주제로 삼아 내용을 만들고 그것을 책자로 디자인하기로 했다.


   친구가 찍은 이 프로젝트의 메인 사진을 16등분하여 나누어진 각각의 사진에 문장들을 배치, 16개 책자의 표지가 되었다. 그리고는 이 16개 책자를 벽에 붙여 관객들로 하여금 넘겨볼 수 있도록 설치하였다. 전시의 포스터로도 사용한 이 메인 사진을 보고 세운상가의 경비 아저씨께서 본인의 일터가 멋지게 나왔다며 포스터를 집에 가지고 가서 가족들께 자랑하셨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뿌듯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완성한 이 타임라인 전시의 이름은 '오래된 도시의 미래, 세운상가를 말하다' 가 되었다. 각각의 책자마다 담겨진 이야기들은 어렵고 장황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김현옥 시장과 김수근 건축가의 욕망과 빛나간 꿈에 대한 이야기, 각종 불법비디오를 파는 형들을 만나던 이야기,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공중보행교에 대한 이야기, '정상 영업중'입니다, 현재에 이르른 변화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기 쉽게 담았다.


   책자는 나름대로 신경써서 제작하였다. 벽에 붙일만한 두께감을 주기 위해 0.5cm 정도의 스티로폼 위에 책자 표지를 자석으로 고정하기 위한 얇은 자석판을 붙이고, 그 위에 책자를 부착했다. 각각의 책자는 8페이지였고, 손수 실로 제본을 했다.



# 음악가 섭외, 음반 제작, 영상 제작, 전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


https://brunch.co.kr/@jayang/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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