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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19. 2020

2016 다시세운 프로젝트 (2)

이사일기(2010-2020) - 8. 서교동 (2015.07)

함께 하시겠습니까?


   서적이나 문헌 속에 등장한 세운상가에 대한 내용들을 발췌해서 문장을 뽑고, 그에 맞는 내용이 더해진 타임라인 책자는 그렇게 만들어졌고(1편 참조 - 아래 링크), 전시공간 벽에 설치되어 사람들을 만날 일만 남았다.


https://brunch.co.kr/@jayang/110


   타임라인 전시와 더불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음반 제작. 세운상가에 흥미를 보이는 음악가들을 섭외해서 각자에게 세운상가가 갖는 의미를 노래로 만들어 음반을 제작해보면 어떨까?


   과거에 공연을 했던 경험이 있어 당시에 함께 했던 이들을 섭외하기로 했다. '그들 각자가 세운상가에 대한 경험 혹은 관심이 있어야할 텐데' 하는 걱정도 했지만, 내가 염두해두었던 이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다섯 명의 솔로 음악가를 섭외하기로 하였고, 7명 정도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그들 중 다섯 명이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높은 작업료를 지급하는 조건이 아니었지만 세운상가에 대한 관심으로 음악가들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음반 제작을 위한 준비


   그 다섯명은 모리슨호텔, 박성도, 이권형, 권우유, 야마가타트윅스터 이렇게 다섯 명의 솔로 남성 음악가였다. 남성 음악가 만으로 라인업을 꾸리려는 계획은 아니었으나, 함께 참여할만한 여성 뮤지션을 내가 잘 알지 못했다.. 솔로 음악가들을 섭외한 것은 나의 의도에 의한 것이었고.


   음원 제작의 편의성을 위해 노래, 연주, 제작 모두 주로 혼자서 하는 분들을 섭외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나와의 인연과 친분 그리고 작업의 최소화였다.. 믹스, 마스터의 편의, 인력 최소화를 위해 악기사용과 악곡 형식을 간소화하는 것도 제안 조건 중 하나였다.



   세운상가에 대한 음악가 자신의 경험, 소회 그리고 감상을 담아 각자의 노래를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했고, 녹음공간과 장비는 내가 제공하기로 하였다. 믹스와 마스터는 사업비용으로 지원, 제작할 음반의 형태는 테이프로 하기로 했다! 세운상가의 전성기(?) 시절을 관통할 수 있는 것은 LP 혹은 테이프라고 생각했는데, LP를 제작하기는 어려우니 테이프로! 그를 위해 테이프 고속 복사기도 구매했다.


   음악가분들 각자에게 노래를 만들 시간으로 한 달 정도를 드렸다. 그리고 세운상가와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도 하고, 음반 B-Side에 포함될 인터뷰도 실을 겸 우리는 음악가 분들과 상가에서 만나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악가들 각자가 느끼는 세운상가


   다섯 분의 음악가들과 상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첫 인터뷰는 비트볼뮤직을 통해 인연이 되었던 원펀치의 박성도님이었다. 세운상가에서 녹음 장비 관련 물품들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그와 나눴던 이야기들 중 여전히 기억나는 대화.


   "OO 케이블 5m 짜리를 구매하고 싶은데, 이젠 어딜 가도 2m씩만 판매를 하는 거죠. 모든 것이 규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운상가에 오면 그 5m 짜리를 구할 수 있는 거예요. 규격화되지 않은 형태의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 어떤 것이든 어떤 형태로든. 워낙 넓고 가게들도 많아서 처음에는 헤맬 수 있지만 하나하나씩 알아나가기 시작하면 내가 원하는 그것을 구할 수 있는 곳."


   그렇다. 어떤 재료로 뭐든 만들 수 있었다는 세운상가. 오직 나 혼자만 필요로 하는 그 물건들을 구하고, 또 만들 수 있는 곳.


   "서울이라는 도시의 한복판에 떨어진 거대한 전함 같아요, 불청객. 둘러봤던 중정 공간을 생각해봐요. 좁은 면적에서 최대한의 임대료를 뽑아내야 하는 요즘 같으면 6, 7, 8층의 한 가운데 공간을 그렇게 비워두는 게 가능할까요? 그 당시였으니까 가능했을 건물이고, 공간인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시절 세운상가에 야한 비디오를 사러 와보았다는 모리슨호텔님과의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음악가분들과의 인터뷰에 체계적이고 많은 질문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많은 생각들을 들려주셔서 내가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 음원 작업, 음반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편에셔-


https://brunch.co.kr/@jayang/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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