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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27. 2020

행복한가요?

이사일기(2010-2020) - 9. 갈현동 (2018.07)

장 자끄 상뻬와 이석원의 고백

   이석원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언니네이발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1집부터 6집까지 모든 앨범을 다 샀고, 정말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낸 책도 좋아했다. 공전의 스테디 셀러가 된 '보통의 존재'도, 이후에 나온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도 재미있게 읽었고, 최근에 나온 '2인조'도 읽으려고 샀다.


   그의 책 '보통의 존재' 중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싶었으나 거기에는 소질이 없어 부득이 택한 것이 그림이었던 장 자끄 상뻬. 그에게 그림은 평생의 업이 되고 돈과 명성까지 가져다 주었지만 끝내 열정마저 주지는 못했다고.


   음악가로서 많은 팬과 평단의 인정까지 받고 있지만 그에게 음악은 늘 하기 싫은 숙제와도 같았던 것. 장 자끄 상뻬도 유명 화가라는 사실을 빼면 그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한 것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는 것. 이석원은 장 자끄 상뻬의 그런 고백에 큰 위로와 반가움을 느꼈다고 한다.



일의 종류, 그리고 자기 결정권


   이 책에서의 내용처럼 이때도, 지금도 나는 늘 하고 싶은 일과 그에 따르는 행복감에 관심이 많다. 대학교 3학년 즈음부터 시작한 음악활동은 상경의 이유가 되었고, 졸업 후에도 한동안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디지털 싱글까지 발매하긴 했지만 이후에 돈을 버는 직업을 따로 가지며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내게 큰 재미를 주는 활동이 아니었던 것 같아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지도와 도시 관련 일을 하면서 지금 나는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지금의 업무는 내게 일의 관심도, 유연성, 성취감 등에서 큰 만족감을 준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활동 경험을 통해 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계속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출난 재능과 노력을 통해 한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자 혹은 권위자가 되는 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자아실현 측면에서 큰 성과와 행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겪을 고통과 어려움, 좋아하는 일과 능력의 불일치에서 오는 회의감 등은 늘 그 사람을 괴롭힐 것이다.


   자신의 특출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충만한 사람, 그 일에 대해 계속 탐구해나가고 싶은 사람.


   일의 종류와 관련해서는 이런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거기에 자기결정권 또한 중요하다. 회사를 경영하는데 클라이언트를 둔 용역사 입장이거나, 투자자가 많아 고려할 사항이 많은 곳이라면 이 역시 행복감과는 거리가 멀 관계가 높다. 크게 풍요롭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것들을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개인 사업을 하게 된다면 가능한 것들을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일로.



   나열해보니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설사 저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도 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또한 문제. 지금의 내가 그렇다. 나는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일에서의 만족감이 높고 부수로 하고 있는 활동인 카카오플백 결과물 제작이나 브런치에 내 기록은 남겨보는 일 등 모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카카오 플백 결과물 제작까지 마치면, 글쓰기 미션 100일이 끝나면 기분이 어떨까? 또 내가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계속 비슷한 활동들을 찾아서 나를 구속하고, 미션을 줘가며 해봐야 할까? 내년 봄부터 시작될 대학원 생활은 또 어떨까? 일과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현재 내게 주어진 상황은 꽤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를 일이다. 올해 3, 4개월여 지속되고 있는 나의 만족스러운 상태는 빨리 끝나버릴 수도 있다. 올해부터 내년으로 넘어가는 즈음을 잘 지켜보고 기록해봐야 하겠다. 내게 가장 잘 맞는 형태의 환경이 무엇인지. 앞으로도 이런 행복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일러스트 출처:

- https://everyday-i-show.livejournal.com/172569.html

- https://magazine.notefolio.net/features/le_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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