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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Dec 28. 2020

시골집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사일기(2010-2020) - 9. 갈현동 (2018.07)

   이사한 갈현동집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연신내역 주변은 서울 살이 네 번째 집(불광동)에 살 때 자주 와보았기 때문에 거리의 풍경과 모습도 어느 정도 익숙했다.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는 시골집에 내려가곤 했는데, 독산동 우시장 일대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일 끝나고 가려면 늘 영등포역을 거친다.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강경역 혹은 논산역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집에 내려가니 평균적으로 네 번 정도 기차를 타는 셈이다. 탈 때마다 옆 자리에 누가 앉을까 궁금해진다. 나보다 몸집이 더 큰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미 내 존재의 크기도 부담스러우니..



화장의 의미와 성별적 차이


   이날 옆자리에는 다행히 체구가 작은 분이 앉으셨다. 그 여성분은 앉자마자 20분 여 화장을 하다가, 남자친구인 듯한 사람과 20분 여 통화를 하다가, 10분 여 또 나머지 화장을 했다(아마도 수원역에서 내렸을 것이다). 화장을 하는 도중 열 차례 정도 화장품이나 화장도구를 변경하려 들고 있던 것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새로운 것을 꺼내고, 꺼냈던 것을 또 집어넣고 새로운 것을 또 꺼내곤 하였다.


   화장의 과정이 지난한 것쯤은 알고 있고, 이 여성분에게 오늘의 자리가 중요한 것이어서 대단한 준비가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화장을 별로 하지 않는 남성들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생경한 모습이다. 여성이 화장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별로 없는 내게 그것은 더욱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일부러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그 분의 분주함과 신경쓰는 태도를 통해 충분히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은 기본적인 출퇴근, 그리고 포멀한 만남이나 모임에 나갈 때 남성에 비해 얼마나 귀찮은 절차들을 거쳐야 하는 걸까?


   화장을 하는 것은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여성에게 화장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모두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것들이 이렇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진 것일지, 언젠가는 깨트릴 수 있는 관념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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