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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1. 2021

청년업!

이사일기(2010-2020) - 9. 갈현동 (2018.07)

집 근처 청년허브에서


   서울에 다시 올라온지 얼마 안 되었을 시점. 사무실 일, 그리고 가끔 친구 만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듯 하다. 엄니집에서 잠시 지내며 회사 - 집으로만 흐르던 생활패턴에 익숙해져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2019년 4월 점심시간에 무심코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눈이 번뜩 뜨이는 게시물을 하나 발견했다. 청년업!? 청년 직업실험지원사업. 청년의 덕업과 부업, 가업에 지원해준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발전시키는데 돈을 지원해준다는 것.


   지원하기 전날 밤 지원서류를 쓸지 말지 계속 고민하다가, 사람들과 함께 각자가 개인적인 경험을 지도로 만드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새벽까지 서류를 써서 가까스로 지원했다. 지원사업 서류를 쓸지 말지 고민하다가 마침내 마무리하고 지원할 때의 그 느낌은 늘 좋다. 성공하지 못할 때가 더 많긴 했지만.


   청년허브에서 하는 사업이어서 더 부담 없이 신청했던 것 같다. 갈현동집에서 청년허브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까.



추가 합격, 사업 시작


   하지만 당연히 하고 싶어하는 모두에게 돈을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청년 직업실험지원사업이었기에

사업가능성과 직업 창출 가능성이 있어야 했다. 면접 평가 이전에 진행되었던 멘토 면담에서도 그 부분이 가장 보완해야 할 점으로 언급되었다.


   면접을 봤고, 면접 시에도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답은 제시하지 못해 합격자 발표에 내 이름은 없었다. '면접 준비를 제대로 안 했구나.' 하며 침울해 하고 있는데 하루 이틀 후 청년허브에서 전화가 왔다.


   "지원하신 희망 금액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 지원이 가능할 것 같은데, 사업을 진행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추가합격! 설레고 즐거운 일을 당연히 해야만 했다. 예산과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하고 있는 일들과 여러 가지 기회들을 생각하면 이때의 선택은 최고의 결정이었다.



   서울 사는 동안 나의 기억이 많이 담겨있는 홍대-합정-망원 지역에서 본인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적인 지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을 모집했다. 이런 사업을 할 때마다 욕구가 있는 잠재적 참여자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망원동 좋아요 커뮤니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업을 끝까지 잘 마무리한 4명(본인 제외) 모두 망원동 좋아요 커뮤니티를 통해 신청한 분들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의 6월 한 달 동안 워크샵을 진행하며 우리들은 뜨겁게 만났다. 홍대-합정-망원에서 각자가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길들을 선택하고, 그 길들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워크샵을 가졌다. 워크샵 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지도 주제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했다.




홍합망, 10개의 지도와 이야기들


- 태어날 때부터 망원동에서 30년 넘게 거주하신 분 : 폭 넓은 이야기를 제공해준 스토리텔러
- 망원동에 거주하며 지인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 지도 일러스트 작업
- 대학생 때부터 홍대를 경험하며 합정에 거주하는 디자이너 : 지도, 책자 편집디자인
- 합정에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다방면의 예술가 : 전시공간 제공 및 운영
- 그리고 상경해 10년 동안 홍합망 이곳저곳에 거주하며 활동한 나까지 : 사업의 전체적 기획 및 운영



   이렇게 다섯 명은 워크샵과 전시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고, 또 각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사적인 지도를 만들었고, 10월 13일부터 우린 참여자 중 한 분이 운영하던 합정의 '지하소문'에서 전시를 가졌다.


망원동 J씨
일상소녀 / doris
마포영우 / lazyjayng


   4일 동안 진행된 전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한받님의 공연도 있었고, 참여자 중 한 분의 지인이 운영하시는 브라질 요리 케이터링도 맛있게 즐겼다.


   2019년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청년허브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중 카카오임팩트의 '프로젝트 100' 활동과 연계해 주시기도 했고, 올해 추가적인 프로젝트 100 활동으로 인해 다른 기회들도 많이 갖게 되었다. 좋은 실타래들을 계속 엮어주고 있는 그 때의 선택과 기억이 못내 뿌듯하고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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