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werzdx Dec 14. 2021

'포은로, 사적인 지도' 이야기 소개

WORK : 전시

이번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망원동 커피호스피탈(망원동 소아과)에서 진행될 '포은로, 사적인 지도' 전시에 소개될 이야기들 중 일부를 살짝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포은로 밤 산책     


      "가자, 나가자." 매일 밤 산책을 보채는 나의 반려인. 퇴근 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든 나는 몇 번이나 거절하다 마지못해 끌려 나간다. 우리의 루트는 대개 포은로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다시 반환점을 돌아 포은로의 초입으로 되돌아오는 것. 쭈욱 직진으로 왕복할 때도 있고 가다 옆길로 새서 골목골목 돌아돌아 걸을 때도 있다. 억지로 따라 나가놓고 막상 제일 신나서 조잘대는 쪽은 나. 이 시간에는 모처럼 제대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걷는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그와 쉼 없이 이야기한다. 익숙한 간판들을 확인하며 안심하고, 새로운 가게의 등장을 발견하며 눈을 반짝인다. 늘 똑같은 길인데도 매번 들떠버리는 건 왜일까? 포은로 산책이 끝날 즈음 활기가 도는 나를 보며 그는 그렇게 생색을 낸다. "거 봐. 나 따라 나오길 잘했지?" 번 아웃과 불안에 시달리느라 시들어가던 시기에 포은로 밤 산책은 신선하고 다디단 물 한 컵이었다. 그 때 내 옆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고. (이야기 : 정예인님)



그리고.


한강유원지가 물에 잠기던 날     


      예전부터 침수 이야기가 많았던 망원동. 2002년엔가 한강 유원지가 물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그 일은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온 내게는 왠지 모르게 서러운 일이 되었는데.


      당시 한강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에 문화센터 근처의 한강 유수지 입구(터널같이 생긴 곳)에 가서 아빠랑 구경을 하게 되었다. 정말 터널까지 물이 찰랑거렸고, 한강 안쪽은 가로등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었지만, ‘이게 한강 물’이라는 아빠의 말에 너무 신기해서 먹고 있던 사탕 껍질을 휙 던지면서 ‘한강으로 가라!’고 꺄르륵 대던 기억.


      인천에 이사와 다니게 된 유치원에서 어느 날, 홍수가 나면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내용의 교육이 있었고, 비가 많이 왔던 날에 대한 기억들을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강이 물에 잠겼던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던 나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바보야 한강은 강인데 어떻게 물에 잠기냐!” 하고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렸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비난과 조롱에 어린 여섯 살이었던 내 마음은...


      ‘진짜 내 눈으로 봤는데. 한강이 강인 건 맞는데, 어쨌든 물에 잠긴 걸 내가 봤는데! 니들은 한강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 날, 집에 돌아가서 엉엉 울었다. 한강은 가보지도 못했을 친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린다고. 엄마한테 다시 망원동으로 이사 가자고 했다. 엄마는 딱 4년만 살고 망원동으로 다시 이사 갈 거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서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서울에 살았던 시간보다 인천에서 산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 (이야기 : 최수현님)



참고로 '포은로, 사적인 지도' 전시에는 포은로 지도, 포은로 장소의 이력 엽서들, 버스에 관한 엽서들, 그리고 그밖의 이야기들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포은로, 사적인 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