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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an 08. 2022

오큐파이 Mapo

2029년.

오큐파이 Mapo


2029년

- F사회적협동조합은 포은로변 건물에 매겨지는 ‘기억세’를 관리하게 되었다.

- Y사회적기업은 마포대로와 토정로변 일부 건물에 드리우는 빛과 색감에 대한 활용 권리를 얻었다.


기득권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이들 사이에서 장소와 공간의 소유와 이용에 대한 이슈가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요즘, 마포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민간 조직들로부터 장소가 가진 기억과 빛에 대한 권리를 점유하여 공공에게 유익한 형태로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지자체는 그것을 관리하고 활용할 권리를 해당 조직에게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오큐파이 런던으로 촉발되었던 '오큐파이 운동'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망원동의 xx 건물에는 건물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기억세가 매겨졌다. 이 건물을 새로 매입하려는 이는 이만큼의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억세는 매매 시 임대인에 주어지는 금액은 아니고, 장소와 건물의 공공성이 유지되기 위한 가상의 권리금과도 같다. 대신 F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하여금 해당 장소가 가진 기억과 이야기들이 정리되고, 자치구로 하여금 그것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건물주는 해당 장소를 찾고 그 이야기를 향유하러 온 이들이 지불하는 ‘방문세’ 개념의 수익을 얻게 된다.




용강동의 yy 건물 일대는 골든 아워(해가 뜨고 지기 약 30분 전후)에 일광이 금색으로 빛나 유난히 아름다운 황혼의 시간을 연출한다. 모든 파장을 머금은 태양빛으로 인한 풍부한 색감의 표현, 그리고 주변 건물들과 그 그림자로 인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이 연출된다. y사회적기업은 마포대로와 토정로변 인근이 받아들이고, 방출하는 빛과 색감을 이용해 일대를 이용하고 방문하는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시간과 기억을 선물한다. 해당 작업에 수반되는 비용은 건물의 임대인이 지불한다. '햇살엔 세금이 안 붙어 참 다행'이라는 페퍼톤스의 노랫말이 건물주들에겐 옛말이 된 걸까?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에겐 여전히 더욱 유효한 이야기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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