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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Apr 09. 2022

태어나길 잘했어

개봉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이토록 설레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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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선생님이 번호를 물어보실 때 늘 엄청나게 긴장해야만 했다. 주로 사십번대나 오십번대였던 나는 심호흡을 하고, 거대한 의식을 치르듯 몇 번을 더듬어가며 겨우 나의 번호를 선생님께 전할 수 있었다.


혼자 있을 때 침착하게 시도하면 잘 나오던 말이 많은 이들 앞에서 혹은 내게 긴장감을 주는 어떤 이 앞에서는 어버버버 몇 번을 더듬어가며 겨우겨우 말할 수 있었던.


마흔이 넘은 지금도 어떤 상황, 어떤 발음의 단어들 앞에서는 여전히 긴장하고 더듬거린다. 전화를 받는 일은 여전히 내겐 일종의 공포감이고. 심하게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내왔던 날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그런 결함 하나씩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보는 내내 나의 어려웠던 모습들이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서로를 위로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린 춘희가 등장해 현재의 춘희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은 '공포에 직면해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어떤 사회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춘희에게 공포는 십 대의 자아라 꼭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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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영화가 시작하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중에 계속,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배경이 익숙한 전주여서 그랬는지, 춘희의 이야기 때문이었는지. 영화 속 유머러스함이 없었다면 흘러내렸을지도 몰라.



춘희의 봄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응원은 나에게도 닿을 것 같다. 저를 아는 분 모두는 올 봄에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꼭 보세요. :-) (개봉은 4월 14일)


아, 따뜻하다.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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