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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01. 2020

이사할 집의 주소는요

이사일기(2010-2020) - 0. 들어가며

이사할 집의 주소는요


   이사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전날 밤부터 시작하여 거의 밤을 지새우곤 하던 짐 싸기를 마치고, 용달에 올라탄 후 기사님에게 나와 내 짐이 향할 새로운 주소를 고지하는 바로 그 순간.


   살던 곳을 떠나게 했던 이유가 된 어려움이 새로운 집에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살던 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새로운 집에서 불쑥 나타날 수도 있다(대부분 그래왔지).


   하지만 풀지 못한 문제들을 덮어두고 새 시험지를 받아들 듯 불확실한 기대를 하게 되었던 순간에는 무책임해도 될 것 같은 홀가분함이 있었다. 마치 퇴사하는 날 오후에 잠깐 느끼는 통쾌함과도 같은 그것.


   현재의 집에 이사오며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크게 다가오는 요즘 나는 머지않아 다시 그 통쾌함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파주 지혜의 숲에 와보니 지금 집에서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맘에 좀 걸린다. 여기가 너무 좋아서.


   (160730, 지혜의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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