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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May 09. 2022

나의 연고지, 도시 전주

매일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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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지원해볼만 한 사업공고를 살피러 시청 홈페이지 고시공고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보는데, 어느날 게시판 글 제목 중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눈에 띄었어.


무연고 사망자가 뜻하는 것과 직접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그걸 보고 '나의 연고는 어디일까?' 하고 떠올리게 되었는데,


직접적인 비교를 한다는 건 해당자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의 연고'라는 것에 대해.


.


보통 연고라는 말은 프로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많이 접하게 되었던 것 같아. 이를테면 아주 오래전 쌍방울 레이더스의 연고지는 전주다, 같은.


연고지는 '혈연이나 지연 또는 볍률상의 관계가 있는 어떤 장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연고지는 - 내가 태어난 곳 광주 어딘가, 유년시절을 보낸 전주시 동서학동,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전주시 삼천동, 그리고 2010년부터는 서울시 마포구 언저리.


내가 잘 아는 곳, 애착이 있는 곳, 정서적인 뿌리 등으로 연결한다면 대학교 시절까지 지내온, 30여 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곳 전주일거다.



하지만 전주를 떠나온지도 어언 13년. 과거보다 더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내가 30여 년 지내온 그곳의 모습이 꽤나 어색해.


특히 엄니가 5~6년 전 익산과 강경 사이로 이사하신 후 전주 갈 일이 아예 없어져 어떤 지역을 기반으로 나를 말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는데.


엄니가 익산시 망성면과 논산시 강경읍의,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에 사신다는 것이, 행정구역은 익산이지만 생활권은 강경이라는 것이, 걸어서 5분이면 도 경계를 넘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현재 엄니의 집도 지역적으로 말하기는 참 애매하게 되었고.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中


4월 초에 최감독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시사회 때 '서울에서' 영화를 봤는데(전주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속 배경이 온통 전주였다.


스크린 너머로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전주의 장소를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서인지, 뜨듯한 영화의 내용 때문이었는지, 최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텝들이 시작 전 무대인사를 통해 나누어준 따수운 열기 때문이었는지,


보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달까?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中


그래 어쩌면 지역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에 대한 관심 때문에 유난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어. 근데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내가 애착을 갖고 있는 연고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그것도 참 애석한 일이 아닐까.


나와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의 최근 모습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한옥마을 일대가 지금처럼 된 것에 대한 불만으로 그쪽엔 거의 가지도 않았는데, 꼭 그렇게 생각할 것도 아닌 것 같고.


이걸 쓰면서 '전주사람들'이라는 이름을 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곧 고민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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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 5~6살 때 지금은 없는 성모동상이 있던 전동성당에서 우리 가족 / 전주국제영화제 공연 / 한옥마을 공연 / 태어나길 잘했어 영화 속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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