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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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지원해볼만 한 사업공고를 살피러 시청 홈페이지 고시공고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보는데, 어느날 게시판 글 제목 중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눈에 띄었어.
무연고 사망자가 뜻하는 것과 직접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그걸 보고 '나의 연고는 어디일까?' 하고 떠올리게 되었는데,
직접적인 비교를 한다는 건 해당자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의 연고'라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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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고라는 말은 프로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많이 접하게 되었던 것 같아. 이를테면 아주 오래전 쌍방울 레이더스의 연고지는 전주다, 같은.
연고지는 '혈연이나 지연 또는 볍률상의 관계가 있는 어떤 장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연고지는 - 내가 태어난 곳 광주 어딘가, 유년시절을 보낸 전주시 동서학동,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전주시 삼천동, 그리고 2010년부터는 서울시 마포구 언저리.
내가 잘 아는 곳, 애착이 있는 곳, 정서적인 뿌리 등으로 연결한다면 대학교 시절까지 지내온, 30여 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곳 전주일거다.
하지만 전주를 떠나온지도 어언 13년. 과거보다 더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내가 30여 년 지내온 그곳의 모습이 꽤나 어색해.
특히 엄니가 5~6년 전 익산과 강경 사이로 이사하신 후 전주 갈 일이 아예 없어져 어떤 지역을 기반으로 나를 말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는데.
엄니가 익산시 망성면과 논산시 강경읍의,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에 사신다는 것이, 행정구역은 익산이지만 생활권은 강경이라는 것이, 걸어서 5분이면 도 경계를 넘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현재 엄니의 집도 지역적으로 말하기는 참 애매하게 되었고.
4월 초에 최감독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시사회 때 '서울에서' 영화를 봤는데(전주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속 배경이 온통 전주였다.
스크린 너머로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전주의 장소를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서인지, 뜨듯한 영화의 내용 때문이었는지, 최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텝들이 시작 전 무대인사를 통해 나누어준 따수운 열기 때문이었는지,
보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달까?
그래 어쩌면 지역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에 대한 관심 때문에 유난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어. 근데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내가 애착을 갖고 있는 연고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그것도 참 애석한 일이 아닐까.
나와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의 최근 모습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한옥마을 일대가 지금처럼 된 것에 대한 불만으로 그쪽엔 거의 가지도 않았는데, 꼭 그렇게 생각할 것도 아닌 것 같고.
이걸 쓰면서 '전주사람들'이라는 이름을 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곧 고민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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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 5~6살 때 지금은 없는 성모동상이 있던 전동성당에서 우리 가족 / 전주국제영화제 공연 / 한옥마을 공연 / 태어나길 잘했어 영화 속 장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