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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May 21. 2022

춘소일각 치천금

매일의기록

텃밭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하신지도 6년 째, 덕분에 난 도시 전주와 더 멀어졌지만 엄니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셨다.


울 엄니의 평생 소원이라는 것이, 경기도권 같은 곳에서는 재정적 부담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겠지만 이런 지방에서는 마음의 결정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 엄니에겐 이곳에 성당 커뮤니티가 있어서 더 가능했다. 이런 것도 참 중요하지.



이곳에서 맞는 여섯 번째 봄, 여러 해 동안 몇 번의 시행착오는 텃밭에서 키우기 적합한 작물들, 그 노하우 등을 엄니에게 선물했다.


나는 가끔 와서 힘쓰는 일만 주로 도와드리고 대부분의 일은 엄니가 하신다. 엄니의 손재주를 나는 물려받지 못했다.. ㅎ



아침엔 오이 모종 심은 곳에 지지대를 세우고, 하나하나 타고 오를 끈을 만들어 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다른 집들이 어떻게 하는지 가서 보니까 알겠더라고. 이런 것들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다 해줘야여. 그냥 크고 그냥 만들어지는 게 없어."


정말 그렇다.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일은, 수학 문제에서 정답이 나오는 과정처럼 세상에서 가장 거짓 없는 일이다. 아직 그런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난 너무 깊이가 없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ㅎ



최근 엄니가 전주 유명한 대장간에서 바베큐용 무쇠 화덕을 구입하셨다. "우리도 드디어 마당에서 고기 좀 구워먹어보게~"


6년 전 처음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 엄니와 내가 꼭 해보자고 했던 일을 오늘 드디어 했다!! ㅎㅎ


번개탄 같은 거 없이 숯과 토치로만 고기가 구워질만큼 불을 잘 붙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ㅎㅎ



조명이 켜진 시골집 마당에서도 이렇게 모기 없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건 5월의 몇 주 동안 뿐이야.


내가 참 좋아하는 말, 춘소일각 치천금(春宵一刻值千金) - 봄밤의 한 순간은 천금과도 같은 값어치가 있다.


오늘밤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마당에 핀 예쁜 달맞이꽃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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