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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May 28. 2022

아치의 노래, 정태춘

매일의기록

토요일 같은 금요일이었다. 새벽 4시 다 되어 잠들어 느긋하게 기상, 노동자와 백수 언저리에 있어본 적이 많아 백수생활 적응기간 무필요. ㅋ


쉬는 동안 여행할 동력은 안 생기지만, 대신 하루 한 편 영화 보기 계획을 세웠다.


영진위 할인 되는 인디스페이스와 무료로 볼 수 있는 영자원이 지척에 있으니 참 좋네. 이런 것들이 서울에서 내가 내는 임대료의 일부에 포함된다고 생각해. ㅎ



백수 첫 날인 오늘 늦은 오후 인디스페이스에서 <아치의 노래, 정태춘> 관람.


학창시절 엄니가 모아둔 테이프들 속에서 찾아 들어보던 기억, 대학교 동아리 시절 선배들과 악보책을 통해 조금씩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와 노래들.


그렇게 정태춘 선생님에 대한 음악과 이야기는 내게 아주 얕은 만큼 입력되어 있었다. 촛불, 시인의 마을, 사랑하는 이에게 정도의 노래만 알고 있었는데.



공연실황과 인터뷰, 옛날 이야기들이 적절히 섞여 위대한 음악가의 공연과 생애를 동시에 들여다본 느낌이다. 아, 감동적..


'한국어가 모국어라는 게 감사해진다'는 누군가의 말이 진심 공감되는 노래와 음악은 물론이고, 가요 사전 심의 철폐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분.


그리고 집회현장에서 약자들에게 뜨겁게 연대하고 사회의 아픈 이야기를 끄집어내 모두와 함께 아파하고 공감했던 분.



역사적으로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지만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대체불가능한 인물이 아닐지.


작사, 작곡, 보컬 등 음악적인 면에서,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것을 고수하며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계속 시도했던 예술가로서, 또한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한 사회운동가로서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과거를 함께 해오던 주변 사람들은 일상과 지역의 문제 같은 미시적인 문제에 집중했지만, 그는 권력이 국가에서 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민주화가 신자유주의 자본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도 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그는 노래만드는 일과 일체의 활동을 중단했다.


돌아보면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자본의 독재를 외면했던 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못하게 된 계기를 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근 10년의 침묵을 깨고 2012년 새 앨범이 발매되었고, 2019년 개최된 40주년 기념공연의 실황 영상이 영화 곳곳에 수록되었다.


전술한 여러 이야기들을 차치하고 아름다운 노랫말과 음악 만으로도 모두에게 따뜻함과 공감을 선사해줄 수 있는.


미사여구가 남발되었다. 하지만 그런 게 아깝지 않은 분이니까. ㅎ


.


“예술가들이 시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대중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슬로건을 가지고 혼자 치고 나갈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대중과 유리되더라도 진정한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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