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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매일의기록

by awerzdx

어젯밤 산책을 하며 곰곰이 이리저리 생각하다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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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과 똑같이, 시간을 정하고 아침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

"일하는 것처럼요?"

"처럼이 아니고 일이지 우리에겐.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글 쓰고, 곡 만들고, 악기 연습하고. 앨범에 실릴 노래들이 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오는거지. 가끔 여행도 필요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근데 그건 어쩌면 보통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작업 시작할 때 핑계 대고 다같이 놀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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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업 뮤지션으로 잘 활동하던 형누나들과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래 전 일이지만 당시 나는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일과시간에는 회사 다니고 남는 시간에 음악을 한답시고 흉내만 내고 있었으니.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와놓고도 여전히 '그건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다, 나도 약간 그런 걸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애송이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다가 지혜의숲이 촬영장소였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작가들을 무책임하게 마감시간이나 어기는 게으른 존재처럼 말하는 부분이 있어 말도 안 된다며 약간 울컥했던 것도 기억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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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건 그런데 말이야.


이석원님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에는, 장 자끄 상뻬의 고백에, 본인과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하고 안도했노라는 이야기가 있어. 장 자끄 상뻬는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거기에는 소질이 없어 부득이 택한 것이 그림이었고, 평생 의무감에 그림을 그려왔을 뿐이라는.


열정 넘치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저 직업인으로서 음악을 만들고 노래했던, 사람들이 잘 공감해주지 않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이의 고백을 들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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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좋아하는 것과 일은 다르다. 단순히 해서 좋은 것과 프로는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근데 어떤 분야에서 프로가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일이 내게 주는 행복과는 멀어지는 게 아닐까. 우린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그건 직업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어른스럽지 않은 생각인가? 근데 그건 사람마다의 지향점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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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을 텐데, 적어도 '직업적 성취 - 재미 - 인정욕구 - 명예 - 돈' 이런 단어들 사이에서 내가 있어야 할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 행복을 위해서.


내겐 '재미'와 '인정욕구' 정도가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아. 내게 중요한 인정욕구란 '개인의 직업적 성취' 보다는,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구나' 와 같은 욕구, 그런 게 중요한 것 같다. '재미'는 무조건 첫 번째이고.


이런 개념과 이야기를 학술적으로 정리해둔 것도 어딘가에 있겠지? 다른 이의 생활방식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기준점,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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