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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un 23. 2022

해는 계속 길어지고

promenade

01_ #promenade - 해는 계속 길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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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걷기, 동네 계획' 책에 보면, GPS를 이용해서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분들이 마을에서 어디로, 어떻게 걷는지 살펴보는 부분이 나온다.


그들은 최단거리로만 걷지는 않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텐데 최단거리 보다는 걷기 좋은 길, 시야에 안정적인 풍경이 들어오는 길, 시야에 볼거리가 자주 나타나는 길을 택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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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망원한강공원 방향으로 가는 길에, 희우정로로 걸으면 약간 가까울 것을 매번 자연스럽게 포은로로 걷는 나를 발견. 벚꽃 필 때 말고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 때문에 희우정로엔 눈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것이 아마도 큰 이유인 듯.


걸을 수록 한강에서 멀어지는 포은로를, 굳이 선택한다.



한강공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희우정로를 택한다. 오늘은 이 길 위에서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를 발견했는데, 한강공원 교차로에서(망원유수지 방향에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넘어오자마자, '오-'


옆 건물 모양 때문에 빨간 벽돌집 옆면에는 색감을 달리 하는 경계면이 생긴다. 저렇게 아름다운 경계, 윤곽선이라니. 이어지는 몇 개의 건물들에 각기 다른 형태와 색감의 경계와 윤곽들이 만들어진다.



지평선과 맞닿은 공간에, 하늘에, 건물 면면에 어떤 느낌의 색과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는 바라보는 장소와 시간이 큰 몫을 하는 것 같아. 이보다 늦은 시각에 이곳을 지날 때는 분명히 보지 못한 모습이었는데. 음.


정시퇴근 딱 하고, 집에 들러 바로 수거거방 갖고 나와 포은로를 통해 무슈부부 커피스탠드로 가서 우유팩 수거하고, 혹여 커피를 주신다고 하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나와 희우정로를 통해 귀가하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차, 근데 계절도 중요하지? 이 날은 한 달 전 오늘인 5월 23일. 어느덧 하지가 지났고, 해는 절정으로부터 이제 조금씩 짧아지고 있으니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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