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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Jun 23. 2022

뭣이 중헌디?

thoughts

02_ #thoughts -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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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과 똑같이, 시간을 정하고 아침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

"일하는 것처럼요?"

"처럼이 아니고 일이지 우리에겐.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글 쓰고, 곡 만들고, 악기 연습하고. 앨범에 실릴 노래들이 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오는거지. 가끔 여행도 필요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근데 그건 어쩌면 보통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작업 시작할 때 핑계 대고 다같이 놀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어젯밤 산책을 하며 곰곰이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예전에 전업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형누나들과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래  일이지만 당시 나는   맞은 기분이었다. 일과시간에는 회사 다니고 남는 시간에 음악을 한답시고 흉내만 내고 있었으니.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와놓고도 여전히 '그건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다, 나도 약간 그런 걸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애송이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다가 지혜의숲이 촬영장소였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작가들을 무책임하게 마감시간이나 어기는 게으른 존재처럼 말하는 부분이 있어 말도 안 된다며 약간 울컥했던 것도 기억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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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건 그런데 말이야.


이석원님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에는, 장 자끄 상뻬의 고백에, 본인과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하고 안도했노라는 이야기가 있어. 장 자끄 상뻬는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거기에는 소질이 없어 부득이 택한 것이 그림이었고, 평생 의무감에 그림을 그려왔을 뿐이라는.


열정 넘치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저 직업인으로서 음악을 만들고 노래했던, 사람들이 잘 공감해주지 않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이의 고백을 들었다는 거다.



흔히들, '좋아하는 것과 일은 다르다. 단순히 해서 좋은 것과 프로는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근데 어떤 분야에서 프로가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일이 내게 주는 행복과는 멀어지는 게 아닐까. 우린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그건 직업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어른스럽지 않은 생각인가? 근데 그건 사람마다의 지향점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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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을 텐데, 적어도 '직업적 성취 - 재미 - 인정욕구 - 명예 - 돈' 이런 단어들 사이에서 내가 있어야 할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 행복을 위해서.


내겐 '재미'와 '인정욕구' 정도가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아. 내게 중요한 인정욕구란 '개인의 직업적 성취' 보다는,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구나' 와 같은 욕구, 그런 게 중요한 것 같다. '재미'는 무조건 첫 번째이고.


이런 개념과 이야기를 학술적으로 정리해둔 것도 어딘가에 있겠지? 다른 이의 생활방식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기준점,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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