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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07. 2020

망원역 2번출구 ~ 망원시장 입구

이사일기(2010-2020) - 1. 망원동 (2010.02)

망원역 2번출구 ~ 망원시장 입구


   지독한 옥탑의 추위 때문에 우린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이야기만 가득했나 하면 그렇지 않다. 대책 없이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어려움들은 빨리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또 즐거움을 찾고.


   지금처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 때도 망원동은 충분히 재미있는 동네였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맛있는 먹거리를 파는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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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동 안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이 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면-


   1. 망원역 2번출구로 나와 우회전, 우회전한다.


   1-1. 홍대입구역에서 마포9번을 타고 망원역 1번출구에서 내린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신호를 기다리는 마음이 참 길다.


   2. 지금은 ㅂㄹ라벨이라는 고깃집이 있는 곳. 건물 1층은 언젠가는 닭강정집이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곱창집이기도 했는데 2010년 당시 건물 1층에는 구두나 옷 등을 파는 할인매장 같은 것이 있었다. 2층에는 기원이 있었는데, 기원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몇 번 올라가 들여다보려 했던 기억이 있다.


   3. ‘ㄱㅎㄷ떡볶이’라는 마성의 국물떡볶이집이 있던 자리. 2012년 말쯤 ‘ㅅ이네 ㄱㄹㄹ’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그 이유는 잘 모르겠음), 주인이 바뀐 것 같다는 말도 있었으나 그 맛은 변함없었던 듯. 망원동의 상권이 들썩이면서 마성의 국물떡볶이집은 2017년쯤 (아마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명지대 근처로 이전했다.


   4. 7,900원짜리 치킨과 프랜차이즈 ㄷㄷ치킨이 나란히 있었다. 투철한 헝그리정신을 탑재하고 있던 우리는 늘 7,900원 짜리 치킨을 선택했다. 몇 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2010년 여름 집에서 인터넷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던 중의 일이었다. 티비 중계와 인터넷 중계 사이의 미세한 시간차 때문에 화면보다는 사람들의 환호로 골 들어간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싫어서 한국 경기만은 당시 큰 티비가 있던 ㄷㄷ치킨에 가서 시청.


   5. 이곳에는 분식집 ‘ㅇㄸ’이 있었다. 떡볶이와 튀김, 탕수육을 한 박스에 넣어서 파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던 곳.


   6. 피자ㅁㄹ가 있던 곳. 몇 번 이용했지만 몇 걸음 더 가면 있던 피자ㅅㅋ에게 밀렸고(내 기준), 이후엔 비슷한 컨셉의 성산동 ㅇㄱㅆ피자에게 밀렸다(역시나 내 기준). 현재 그 자리는? 빽다방.


   7. 20대 청년들이 운영하며 티비에도 나왔던 만두/찐빵 가게가 있었다. 당시 인기가 많았고 나도 자주 이용했던 곳. 이후 2013년쯤에는 어떤 이가 ‘본인이 망원동에 계속 남아있는 이유’라고까지 표현했던 ㅈㅁㄴ멸치국수로 바뀌었다. 나도 자주 이용했는데 당시 정말 푸짐하고 맛도 좋았던 멸치국수가 2,900원. 지금도 겨우 3,500원. 늘 감사한 곳.


   8. 합주 혹은 근처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 집에서 술을 많이 먹었다. 미디어에도 많이 소개되었던 이 집은 빈대떡이 특히 유명하고 순대국도 맛있다. 건너편 속옷가게 옆에는 6번에서 등장한 두 번째 피자집 피자ㅅㅋ이 있다(빈대떡집, 피자집 모두 2020년에도 있다).


   9. 야채가게들을 지나 오른편에 시장입구가 있다. 마음을 흡족하게 해줄 포문이 열린다. 우리의 옥탑방도 바로 이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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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현재는 외부인에게 더 친절한 곳이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당시엔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동네’였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곳의 모습이 2020년 지금과 같았다면 아마도 우린 더 적응하기 어려워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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