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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06. 2020

옥탑의 겨울

이사일기(2010-2020) - 1. 망원동 (2010.02)

옥탑의 겨울


   이사를 무사히 마쳤고, 방에 대한 느낌과 동네에 대한 감상은 이 정도로 되었다. 다음 끼니에 뭘 해먹을지, 일은 어떻게 구할지 등 우리에겐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 구해야지 형.”

   “그래야지. 내일 인터넷 설치하고 잘 알아보자.”


   그때 우리에겐 음악을 잘 해보고자 하는 큰 목표가 있었기에 저녁이나 주말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있는 일을 구해야만 했다. 물론 내 사정에 맞는 일자리가 떡 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 단서를 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시 우리의 주의를 끌만한 자리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직업경험과 정규직 전환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이상한 이름을 가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이름하여 행정인턴. 지금만큼은 아니었지만 취업문턱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정부가 만들어낸 임시방편의 대책이자 취업률이 높아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는, 그들 나름의 좋은 방안이었다.


   이리저리 노력한 결과 우리 둘은 나란히 행정인턴이 되었다. 동석군은 OO공사, 나는 OOOO연구원. 따놓고 한 번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전자출판기능사라는 자격증이 합격에 도움이 되었다. 연구서적 편집을 맡길 요량으로 나를 뽑았던 것 같다. 어쨌든 또 한시름 놓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기도 했지만, 옥탑의 겨울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일 끝나고 집에 들어와도 도무지 실내에 들어온 것 같지 않았다. 이제 막 서울에 올라와 나름의 헝그리 정신이 충만했던 우리였기에 보일러도 거의 틀어놓지 않아서 방 안의 온도와 추위는 실외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잠잘 때를 제외하면 집에서도 늘 패딩을 입고 있었고, 쉬는 날이면 전기장판에 누워 이불을 덮고 손만 밖으로 내놓고 기타를 치다가 그마저 금새 손이 시려워 이불에 집어넣고 누워 있다가, 다시 기타를 만지작거리다가 하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2월에 왔으니 망정이지 계약하고 1월부터 살았더라면, 아휴. 상상하고 싶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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