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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Oct 24. 2020

대흥역과 마포역

이사일기(2010-2020) - 3. 용강동 (2011.04)

대흥역과 마포역


   용강동 집에서는 걸어다닐 수 있는 지하철역이 3개 있었다. 6호선의 대흥역과 광흥창역, 그리고 5호선의 마포역. 대흥역은 출퇴근 때문에 내가 늘 이용했고, 마포역은 5호선을 탈 때가 더 좋은 경우에 가끔, 광흥창역은 거의 이용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앞서 짬뽕집을 소개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대흥역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길목에는 기사식당 스타일의 음식점이 많았다. ‘옛날짜장’, ‘즉석우동’ 같은 간판이나 메뉴를 갖고 있는. 그에 반해 집에서 마포역으로 가는 길목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경계를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고, 위치 상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두 경로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역 주위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달랐는데, 대흥역 주변은 바로 옆에 대학교가 있음에도(서강대학교) 새로 개발된 지역도 아니고, 오래되었지만 정돈된 동네의 느낌도 아니었다. 경의선이 가로지르는 신촌과 마포 사이의 점이지대와 같은 느낌이랄까.


   북서쪽에는 서강대학교가, 북동쪽으로는 전형적인 달동네인 염리동이, 남쪽으로는 경의선 폐선부지가  방치되어 있었다. 펜스로 격리되어 있던 경의선 자리는 숲길공원이 조성되기 전 2011년까지는 주위에 흉흉한 분위기를 제공했다. 공덕역에서 대흥역으로 가는 구간에는 여전히 기찻길옆 오막살이 노래와 같은 집들을 볼 수 있기도 했고.


   그에 반해 마포역 주변은 2011년 당시에도 현대화된 업무지구였다. 남서쪽으로는 마포대교가 있고 북동쪽의 애오개역까지 마포대로 위에는 높은 빌딩들이 즐비했다. 마포대교가 놓이고, 여의도가 개발되며 마포도 그 혜택을 입었던 것.


   마포역 일대에 또 하나 특이한 점으로는 유난히 고깃집, 특히 돼지갈비집이 많다는 것이다.


   마포역 1번 출구 안에서부터 고기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갈비집들이 많은데, 이는 한국전쟁 이후 만리동 고개에 생긴 텍사스 골목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유흥가로서의 기능 속에 마포갈비가 탄생해 전국적으로 가장 흔한 갈빗집 이름이 되었다.


   실제로 용강동 집에 살면서 마포역까지 가는 길에는 돼지갈비나 껍데기집이 정말로 많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빽빽할 정도로. 우리는 용강동에 살면서 한 번쯤은 비싼 고깃집에 가서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1인분에 2~3만원씩 하는 집들이어서 엄두를 못내고, 유명한 ㅈㅂ집에 가서 돼지갈비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위 지도에서 보이는 1번 경로와 2번 경로의 느낌은 이렇듯 판이하게 달랐다. 늘 출퇴근하면 지나는 1번 경로는 나의 현실, 어쩌다 한 번 오가는 2번 경로는 내가 바라던, 가고싶은 길. 자주는 못 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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