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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02. 2020

다시 옥탑

이사일기(2010-2020) - 5. 성산동 (2012.07)

도대체 왜?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이유들로 인해 나는 다시 돌아갈 것을 결정했고, 보증금을 조금 일찍 빼주신 집주인의 배려 덕분에 수월하게 망원역 부근으로 돌아왔다.


   다시 망원역 근처 옥탑이다. 드디어 살만한 집을 찾았다면서 도대체 왜?


2012년 7월 21일 - 게으른 오후는 은퇴공연이라도 하라. 이렇게 싱겁게 미적지근하게 잠정적 해체로 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 한때의 추억이든 이루지 못할 로망이었든. 조용히 저물어가는 건 어쩐지 맘에 들지 않는다. 분명하게 또렷하게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다. 다시 밴드를 한다면??? 당연히 은퇴 번복 쇼를 해야지! (극소수의 팬이 남겨준 페이스북 글)


   멤버들이 다들 흩어져 극소수의 팬에게도 보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모여서 연습이나 공연을 할 일도 없고, 직장이 이쪽도 아니고 등등 홍대/합정/망원에 머무를 이유는 전혀 없는데.. 무리해서 또 이사를 했다.


   이사한 곳은 성산동 성미산학교와 개똥이네 동네책방 근처 빌라의 옥탑이었다. 공동육아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꽃피운 곳, 전국에서 사례답사로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곳. 성미산학교, 두레생협, 되살림가게 등의 장소들을 통해 그러한 가치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곳이기도 하다.



클래스 있는 옥탑방


   앞서 ‘옥탑, 보고서’ 편에 ‘살만한 옥탑방’에 대해 소개했었다.


https://brunch.co.kr/@jayang/34


한쪽 면이 옥상까지 올라와 있는 계단 통로로 되어있다든지, 천장이 약간 띄워져 있고 더위와 추위를 방지할 수 있는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든지, 스티로폼 외벽이 건물을 보호하고 있다든지 등등. 이런 옥탑방들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위와 추위가 훨씬 덜하다. (10/15 ‘옥탑, 보고서’ 글 중에)


   여기서 말한 ‘두 번째 옥탑집’이 이곳이었다. 집의 한쪽 면이 옥상까지 올라와 있는 계단 통로에 붙어있었고, 그 반대편은 짐을 넣어둘 수 있는 창고가 있었다. 계단 통로가 옥상까지 올라와 있다 보니 옥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따로 있는 건 한 가지 흠이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또 다른 한쪽 면은 스티로폼 외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냉기와 땡볕으로부터 더욱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몇 달 지내보니 두 면이 땡볕과 찬바람을 직접 맞지 않는 건 그렇지 않은 옥탑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술하겠지만-

   함께 일하던 이들과 우리집에서 파티, 처음으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 등 이 옥탑방에 살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나름대로 즐겁게 보냈던 걸 보면 '이사빨'을 좀 받은 것인가 생각해보게도 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들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깨닫고 정한 곳이기도 했고.


   '주거취약계층'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 억지 위안을 삼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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