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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06. 2020

동네 콜렉숀

이사일기(2010-2020) - 5. 성산동 (2012.07)

득템 찬스
2013 4 20 - 라볶이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버려놓은 가구 꾸러미들  크고 튼튼해 보이는 의자 득템! 주말 아침에 동네를 산책하면 가끔 이런 뜻밖의 행운이 있다.
2013년 5월 12일 - 누군가 버려놓았지만 쓸만한 매트리스를 발견, 괴력을 발휘해 혼자서 3층까지 들고 올라왔다. 혼자 사는 게 가끔 서럽기도 하지만, 이 정도 일은 혼자서 가능하게 된다.


   주택이 많은 동네에 살 때는 주말에 집 주위를 산책할 때 유용한 가구들을 득템할 수 있다. ‘이런 것도 버려놨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거의 새것인 물건도 많고, ‘이러니 버렸구나.’ 하며 집에 들여 며칠 사용한 후 쓰레기 수거용 스티커를 붙여서 다시 내놓은 적도 있다.


   사는 동안 나와 함께 하는 물건(주로 가구들), 매일을 함께 하는 것들이니 당연히 좋은 것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다섯 군데의 집 모두 1년의 기간만큼도 살아본 적 없었던 내게 가구를 구입하는 일은 일종의 사치였다.


   이곳 성산동 옥탑에 살 때 특히 득템 찬스가 많았던 것 같다. 의자도 몇 개 집에 들였고, 침대도 어렵사리 혼자서 옥탑까지 올리고.



그리고, 동네 친구


   한 동네에서 그렇게 짧게 지내면서 가구는 주로 거리에서 득템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람은 얻을 수 없었다.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룸메하고 둘이 살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네 번째 집, 다섯 번째 집에서는 확실한 독거청년이 되니 허전한 맘이 생겼다. 오죽했으면 세종에서 일하면서 ‘나홀로족의 동네친구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했을까.


   이 시점으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도 동네친구의 존재는 요원하다. 내게 여전한 로망이다. 동네친구란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살아야 한다. 집에서 입는 옷 입고 슬리퍼 신고 걸어 나와 내 모습이 조금 쑥스러워질 때쯤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동네친구.


   예전에 공연을 할 때 가끔은 근처에 살던 다른 팀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공연의 편리함 때문에 홍대, 합정 근처에 자취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서로 집에 놀러간 적도 있었지만 몇 달 후 이사, 또 몇 달 후 이사. 친구들은 그렇게 눈앞에서 스르륵.


   안정적인 집에 사는 것 만큼이나 내게 동네친구는 여전히 로망이다. 집 앞 편의점에서 만나 편맥 한 잔 깔 수 있는 친구, 같이 한강을 걸을 수 있는 친구.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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