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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07. 2020

인과관계와 서사구조

이사일기(2010-2020) - 5. 성산동 (2012.07)

인과관계가 명확한 서사구조


   서사구조를 갖고 있는 세상 모든 것은 인과관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다지 복잡한 삶을 살지는 않았기 때문에(남들은 날 보고 복잡하다더라) 나의 서사는 대부분 인과관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복되던 이사, 음악활동 실패 등 모두가 좋은 쪽은 아니었지만.


   대학교 때 직업 훈련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피하듯 음악이라는 핑계거리를 삼아 서울로 올라왔다 -> 튼튼한 준비 없이 시작한 음악, 그리고 서울생활은 어려움을 반복하였다.


   대학교 시절부터 이 시점까지 내 서사구조를 아주 짧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강력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 쉽사리 바꿀 수 없는.


   피터팬 카페를 통해 저렴한 금액으로도 좋은 집을 구하는 노하우를 가졌다고 자신감 있게 말하곤 했지만 그것 역시 ‘갖고 있는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구하는 집마다 어려움이 반복되었고, 빈번하게 집을 옮기곤 했다.’ 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서사구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서사구조


   하지만 그것이 명확하게 작동하지 않았던 적이 두 차례 있었는데, 세 번째 집에서 네 번째 집으로 옮긴 것과 네 번째 집에서 다섯 번째 집으로 옮긴 때였다. 변변한 동네 친구 하나 없고, 함께 활동하는 멤버들도 떠나 ‘확실한 독거청년’이 된 나의 어려움이 상황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두 차례 했다.


   그제야 집다운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만족한 세 번째 집에서 네 번째 집으로 옮길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다시 마포구 옥탑방으로 돌아왔고, 그 다음 이사 때는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전 차시 때 이유로 삼았던 ‘마포구 복귀’를 다시 되돌렸다.


   마포구 복귀를 뒤집어버렸던 ‘다섯 번째 집으로 이사’에 작용한 강력한 요인은 두 가지였다.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월 지출 감소, 그리고 ‘세검정 근처 동네가 가진 경관’.


   두 가지 요인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전세자금대출과 세검정 모두 이전에도 있었다.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면서 저렴한 전셋집을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알게 된 곳이 세검정 일대의 전셋집이었으니 이것끼리도 서사구조와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머리가 아파오니 그만).




Go Next-


   그러한 인과관계와 서사구조를 통해 나는 다시 이사할 것을 결정했다.


2013 5 11 
대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여성  명이 집을 보러 왔다. 굳이  이런 집을 보러 왔니,,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2013년 5월 15일
정들었던 옥탑이여, 이제 3일 남았다.
서울와서 젤 오래 산 집.
문을 열자마자 감싸는 포근한 바람,
잊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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