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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7. 2020

느껴보지 못 했던 따뜻함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쉐어하우스, 그것은 숙명?

     

   홍대 – 합정 – 망원은 내게 아주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고, 새로 들어갈 집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정말로 1분!) 이미 거주해본 적이 있어서 새로운 동네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새로운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바로 이전 집인 세검정 인근의 홍은동 집은 임대료와 거주의 안정성에서는 가장 좋은 곳이었으나, 주변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아름다웠던 풍경만큼이나 큰 외로움을 내게 주었나 보다.


   ‘쉐어하우스’라는 것은 어쩌면 내겐 숙명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전혀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도, 어려움도 있었지만 비슷한 관심사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어우러져 즐겁게 잘 살아보겠노라고 결심했다.



집에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고 난 뒤 내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었다. 전주에서 지낼 때는 별일 없으면 아침저녁은 어머니와 함께 했는데, 서울에서는 늘 밥을 혼자 먹는다. 밥 대신 다른 것을 먹을 때도 많았고.


   내겐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밥을 어떻게 먹을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사 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사한 이곳 성산동 쉐어하우스에는 공동주방이 있었고, 요리를 아주 잘 하는 분이 계셨다!


   이사 후 첫 주인데 매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그것도 사람들과 함께. 이전까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 그것도 아주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입주 첫 주 함께 하는 식사 / 공동주방


14.08.24 - H주택협동조합, 들어와 산 지도 2주째 되었다. 걱정도 많이 했지만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다. 먹는 문제가 해결된 것이 가장 크고, 사람들도 다들 괜찮은듯. 무엇보다 가까이에 늘 배웅과 마중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조합 운영팀과 공간팀분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 덕택에 만들어진 이곳에서, 차갑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이사 후 2주 후 적어놓은 메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먹는 문제가 해결된 것을 가장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 속 식탁을 보라. 지금껏 내가 집에서는 접할 수 없던 음식들.. 정말 첫 주에 이런 밥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눈물이 앞을 가릴 뻔 했다.


   주말마다 당번을 정해 함께 청소하고, 서로 모자라거나 더 갖고 있는 물건들은 나누고. 그동안 느껴보지 못 했던 따뜻함. 이것이 쉐어하우스, 협동조합 주택, 공동주택의 장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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