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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6. 2020

좋은 마무리, 설레는 시작

이사일기(2010-2020) - 6. 홍은동 (2013.05)

이사를 준비하는 프로그램


   홍은동 집 다음 행선지로 정한 성산동의 H주택협동조합공동주택. 이 공동주택의 계획은 성산동의 성미산학교 근처 건물을 H주택협동조합에서 매입, 10명이 각자의 원룸에 살 수 있게 리모델링하여 입주자들을 모집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함께 살아보기 위한 사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H주택협동조합 건물 전경

   집 분양 당첨을 기다린다던가, 청약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든가, 전세자금대출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다던가 하는 종류의 일이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보기 위한 사전 프로그램이라..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은 처음이었기에 신선했다.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다양한 형태가 폭넓게 논의되는 지금보다도 6년 전의 일이니 더욱 생경하게 느껴질만 했다. 함께 입주할 사람들과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것 뿐 아니라 협동조합의 운영팀과 건축가, 그리고 시공사도 함께 참여하여 건물의 설계과정에서부터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첫 모임이 4월쯤이었고, 세 번 정도 모임을 했다고 기억되는데 내가 생각하는 집, 함께 살아보는 것의 의미, 그 안에서의 규칙, 그리고 집에 대한 아이디어와 설계 시 의견을 나누는 시간 등을 진행했다.


   성산동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살던 이들 중에 결혼한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전반적으로 좋았던 것 같고 지금도 잘 이어져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게는 꼭 좋지만은 않았다. 후술하겠지만 공동생활이 내겐 모두 잘 맞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사전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내게는 그 프로그램이 꽤 인상적이었나 보다.


일곱 번째 집으로


140806 - 이 동네에서도 5일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 5년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사하면 벌써 일곱 번째 집이 되지만, 이 동네를 떠나는 마음은 왠지 특별하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멀지 않지만, 집이 어딘지 말해 주어도 서울 사람도 한 번에 알아차리는 이가 별로 없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어야 해서 좋았고, 설명을 해줘도 대부분 잘 모르는 곳이어서 좋았다.

하루를 마감하며 통과할 수 있는 멋진 문이 있어서 좋았고, 하루 종일 짜증난 채로 동네에 도착해도 그 풍경과 공기만으로 모든 것이 풀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에서 살던 동네 중에서 내게 가장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다. 안녕!


   홍은동 집에 사는 동안 적어둔 메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곳에서 살면서 참 좋았다. 하지만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기 위해 이사를 결정했고, 이사를 왔을 때처럼 나의 친구들이 다시 힘든 과정을 도와줘야 했다. 처음 이사올 때 언급했듯 이 집은 대문 앞까지 차가 들어올 수 없고, 짐을 들고 계단들을 오르거나 내려와야만 했다.



   이사왔을 때 너무 애쓴 기억 때문에, 그리고 옮겨갈 집이 쉐어하우스여서 상대적으로 짐이 덜 필요했기 때문에 나갈 때는 짐을 최대한 줄이고 새로 들어올 이에게 저렴하게 많이 넘겼다. 집을 옮기는 중에 치매에 걸리신 옆집 할머니가 “이 도둑놈아!” 그러시며 물을 뿌리시는 에피소드가 있긴 했으나, 비교적 단촐하게 이사를 잘 마쳤다.


   같은 날에 들어온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마치고. 이사를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망원동 중국집 가원에 가서 탕수육과 짬뽕을 맛있게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익숙했던 망원동, 서교동, 성산동 골목들을 걸으며 새로운 시작을 물끄러미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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