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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5. 2020

인왕산에는 한 번도 못 올라가보고

이사일기(2010-2020) - 6. 홍은동 (2013.05)

또 하나의 선택


   홍은동 집에 살았던 기간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였다. 교통의 편리함이나 각종 생활시설들의 위치 등으로 볼 때 홍은동 집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곳이지만, 가장 그리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서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자연환경과 뷰를 가진 곳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봄부터 거주한 그곳에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퇴근길에 일부러 한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오게 만드는 풍경을 갖고 있어 좋은 습관을 선물받기도 했고.


   이집에 대해 열거할 단점들은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처음부터 내가 감안하고 선택한 것이었기에 큰 문제라 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정말로 별 문제가 없었다.


   이곳에서 2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1년 4개월여 거주하고 다시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어느 날 인터넷에서 발견한 하나의 공고 때문이었다.



퇴근하면 집에서 반갑게 맞아줄 사람


   ‘퇴근하면 집에서 반갑게 맞아줄 사람’이라.. 다시 혼자 살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용한 것 같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질 압박이 더 큰 부담일 것이라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그런 느낌의 단어가 내게 주는 간절함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된 것은 ‘H주택 협동조합 입주자 모집’이라는 공고였다. 그 공동주택은 1인 가구들을 위한 쉐어하우스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마포구 성산동에 지어질 예정이었고, ‘소행주’ 등의 모델로 공동주택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곳의 계획이었다.


   반지하 포함 3층짜리 건물에 10명의 1인가구가 각자 자신의 방을 갖고 공동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였다. 이른바 쉐어하우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유행했던 거주형태로, 당시 우리나라에도 여유 있는 사회인들을 위한 캐주얼한 형태나 주거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협동조합 형태 등의 쉐어하우스가 생겨나고 있었다.


   H주택협동조합은 주거에 어려움을 겪는 1인가구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세어하우스를 공급하되, 1인 1실로 생활의 편리함도 도모하는 컨셉이었다(당시 1인 1실의 쉐어하우스는 많지 않았고, 가격도 아주 비싼 편이었다).


   저렴하다고 해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 원대 초반이었으니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저렴하게 거주하고 있었던 이전 상황보다는 훨씬 월세 지출에 부담이 될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거주형태와 익숙한 성산동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이미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인왕산에는 한 번도 못 올라가보고


   입주자 모집공고와 여러 가지 설명들을 접하니 마음은 이미 정해졌던 것 같다. 입주 3~4개월 전쯤부터 했던 사전 프로그램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공용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기대, 그런 생활에 대한 궁금증 등 나를 현혹시킬만 한 것들이 많았다.


   살고 있던 홍은동 집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었던 백사실계곡이나 인왕산 등산로까지는 막상 한 번도 못 가보고, 아니 안 가보고. 자연과 멋진 풍경은 그냥 보는 걸로만 족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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