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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9. 2020

단편영화처럼,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언제나처럼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마포 15번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세 정거장쯤 지났을 무렵 내가 앉은 자리 건너편에 앉아있던 아저씨께서 내릴 채비를 하셨다. 다이제 과자, 방울토마토가 들어있던 작은 투명 플라스틱 박스 등이 담겨있던 비닐 봉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리시려고 몇 걸음 내딛으시고, 흔들리던 차 때문에 주저하시더니 손잡이를 잡으려다 그만 봉지를 놓치셨다.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것저것 주워 담으셨지만 방울토마토들은 그만 바닥에 데구르르 굴러다니게 되었다. 내리는 문이 열리고, 다급해진 아저씨는 성급히 그 방울토마토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굴러다니는 방울토마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 이를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아저씨와 방울토마토들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사람, 이제 막 버스에 올라 헌신적으로 방울토마토들을 주워 아저씨가 들고 있던 작은 박스에 넣어주던 사람, 도와드릴까 말까 연신 그의 엉덩이가 안절부절하던 사람,


   그리고 상황이 벌어졌던 곳과 멀리 앉아있었다는 것을 방패막이 삼아 그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던 내가 있었다. 마치 단편영화의 장면과도 같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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