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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19. 2020

미열과 메르스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지금처럼 몸에 열이 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야 할 때가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5년 전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전파자가 많았고, 치사율도 꽤 높았다.


   2015년 6월 어느 날의 메모를 보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일주일쯤 전부터 몸에 계속 미열이 있다. 3일 전 회사 근처 병원에 가보았다. 37.4도였다. 다른 이상은 없고 그냥 약을 드릴테니 경과를 보고 계속 그러면 감염기 내과 진료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메르스가 의심되는지 의사도 엄청 멀리서 나를 대했다.


   회사에 열이 있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일이 안 될테니 중요한 거 없으면 퇴근하랜다. 중요한 게 있어서 마치고 6시에 퇴근했다.


   푹 쉰 탓인지 그제는 8시 넘어 일어났다. 좀 늦겠다고 회사에 전화했으나, 상태가 계속 그러면 쉬라고 한다. 대상포진 걸렸을 때는 죽도록 아팠는데도 아침에 일찍 안 온다고 뭐라 하더니 참 나, 뭐 다들 무서운가봐, 이해한다. 하루 쉬고 어제는 병원에 가봤다(어제도 회사는 쉬었다). 열이 36.9도. 이건 열도 아니라고 한다. 불안하면 피검사를 해보라 했다. 해봤다.


   오늘도 회사는 쉬고 병원에 검사결과를 보러 갔다. 백혈구 수치가 높아졌다고 한다. 수치가 애매하다고 한다. 염증수치가 올라간 거라고 하는데 면역력 문제일 수도 있고, 과로와 피로 문제일 수도 있고 등등. 계속 열이 있으면 큰 병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 한다. 알겠다고 했다.


   병원을 나와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울컥하고 서러운 감정이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약국에 가서 체온계를 사고, 비타민 B와 C를 샀다.


   비타민을 많이 섭취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트에 들러서 산 자두는 너무 맛이 없었고, 저녁은 또 뭘 먹어야 하나. 회사를 3일 쉬었으니 3일동안 하지 못한 일은 그대로 쌓여서 나를 짓누를테고, 가고 싶던 무주산골영화제는 안녕.


   이런 얘기 여기에다 쓰는 거 구차하지만,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여기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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