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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22. 2020

One by one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미래를 가정해보는 일


   인생의 큰 결정과 중요한 변화를 순간에 감지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것은 꽤나 멋져보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애초에 그럴 자신이 없다면 먼 혹은 가까운 미래를 내가 미리 가정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인데, 2014년 봄에 나는 어머니와 2015년 5월에 함께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맞추어 2015년 4월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이 회사에 최소 2년은 있어야 하겠다는 나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큰 확신을 준 것은 어머니와의 결의에서 온 것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2015년 봄에 함께 동유럽 여행을 떠날 것을 결의했었나 보다. 실제 이때 여행을 한 건 맞는데, 회사는 그만두지 않았다. 회사에서 1년에 10일까지는 무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줘서 5월 초 연휴와 무급휴가를 붙여 15일 여행을 했다. 회사가 무급휴가를 줘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그 결의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싶다.



"One by one."


   여행 중 프라하의 한 호텔에서 급하게 이것저것 묻던 내게 호텔직원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호텔 직원에게 여권, 호텔 바우처 등을 보여주고 차근차근 확인해 드리기도 전에 '식당은 어디 있느냐?'와 같은 것들을 먼저 물었다.


   "One by one."


   절차대로 하나씩 확인할 것들이 있었는데도 내게 필요한 것만 묻던 나에게 그 직원은 나를 제지시키듯 나지막히 말했다.


   '아...'


   내게 중요한 것이 있지만, 상대에게도 중요한 것이 있고.

   그 상대를 위해 내가 먼저 차근차근 해줘야 할 일이 있고.


   하나씩, 하나씩.

   나름대로 침착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 기억은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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