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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25. 2020

오랜만의 전화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2~3년에 한 번쯤 통화하거나 만나지만,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 야근 중에 무심코 전화가 왔다. 올 여름에 결혼을 하게 되었노라는, 내게 축가를 해달라는. 늘 갑작스럽지만 편안했던 친구의 말은 이번에도 그렇게 다가왔다.


   지금껏 엇갈리거나 혹은 빗겨갔던 시간들을 손쉽게 단축하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 그와의 대화는 10분이 넘게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친구는 페이스북에 내가 이따금씩 올리는 글들을 보고 나의 근황을 알고 있었노라고 말했다. 때때로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SNS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인사들은 늘 반가운 것이다.


   시간이 때로는 과거로 흘렀다가 몇 년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낮고 가지런한 흐름이 머릿속을 유영하고, 기억의 꼬리를 이리로, 저리로. 도약하고, 휘청대고, 꿈틀거리다 편안한 동산과도 같은 기억 속에 안착했다.


   가지런하고 놀람이 없었던 대화는 어느덧 끝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무실로 향했다. 여전히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던 프린터를 원망하고, 노래를 플레이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무슨 노래를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올 여름이란, 아직 생각지도 못했던 금시초문과도 같은 것이 아니던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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