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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24. 2020

한여름의 판타지아, 배우 김새벽

이사일기(2010-2020) - 7. 성산동 (2014.08)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경험한 것들 중 가장 좋았던 건 ‘한여름의 판타지아’였다. 영화제에서 한 번 하고 다시는 볼 방법이 없어서 어서 개봉을 하거나 VOD 서비스가 되길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을 이 작품이 과연 개봉할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는데.


   2015년 6월 마침내 개봉!      


   개봉한 다음, 다음날 보러 갔다! 아마도 상상마당 시네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홍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와 싸인회가 있다고 해서 상상마당에 가서 한 번 더!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감독과 배우 네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모습도, 인터뷰에서도 네 분은 모두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영화를 감상했고, 영화가 끝난 후 싸인회가 진행되었다. 팬심 같은 것 생전 없었고,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사인을 받아본 적도 없었던 나인데, 두근두근 으흐흐.


   장건재 감독님과 배우 김새벽님, 이와세 료님, 임형국님 네 분 모두가 싸인회 석에 앉아 계셨다. 친절하게 싸인을 해주시는 모습.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김새벽님에게 나는 작년에 부산에서 보고 너무 좋아서 또 보러 왔노라고 말했고, 그녀는 옆에 앉은 이와세 료에게도 나의 말을 전해주었다.


   다정하게 말해주는 모습. 극중 김새벽님의 말투나 상대에게 호응해주는 태도, 표정, 미소 등이 너무 인상 깊었었는데 그것은 그 분의 천성이 아닐까 싶었다.


   오늘 처음 영화를 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장 그르니에의 책 ‘섬’에 쓴 까뮈의 서문과도 같은 마음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장그르니에, <섬> 그의 제자 까뮈가 쓴 서문 중의 일부



늘장, 늘씨네, 로제타


   이후에 김새벽님을 한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경의선 공유지 공덕역 부근 ‘늘장’에 있던 늘씨네라는 공간에서였다. ‘로제타’라는 영화를 함께 보는 시간이었는데 그 자리에 배우 김새벽님이 함께 했다.


   나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영화제에서도 봤고 개봉한 후에도 봤고 그 다음주에도 또 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나와 아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왜인지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삶과 일이라는 떼놓을 수 없는 굴레 안에서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이어나가야 하는 사람, 그 속을 매우 가깝고 조금씩 흔들리는 화면으로 쫓아가는 영화 로제타 속의 주인공이, 그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한여름의 판타지아도, 로제타도, 경의선 공유지도, 김새벽님을 봤던 그 날 그 자리도 모두 지금은 사라져버린 좋은 기억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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