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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28. 2020

독립출판과 인디음악

이사일기(2010-2020) - 6. 홍은동 (2013.05)

   독립. 요즘 독립이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언급되는 분야는 출판인 것 같다. 독립출판, 독립서점, 독립출판서점. 누구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욕망 혹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 갑자기 그런 마음이 생겼다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전보다 낮아진 문턱에 의해 힘을 내보는 것.


   음악 분야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오래 전부터 인디라는 말이 쓰였다. 물론 출판계에서 말하는 독립과 음악계에서 말하는 인디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디는 독립에 대한 영어 단어일 뿐이지만, 음악의 한 장르나 뮤지션의 어떤 정체성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말들이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기존의 출판사나 음반 레이블이 규정하고 있는 문턱이 높아서일 수도 있고, 그것을 기본적으로 한 불신 때문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상승한 개개인들이 자신의 돈을 들여서 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 혹은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섭렵한 일반인들이 대신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져서일 것이다.



화성인 바이러스


   2013년 언젠가 재미있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당시 tvN에서 하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 관계자였는데, 프로그램 섭외를 위해 내게 한받(a.k.a 야마가타트윅스터)님 연락처를 묻는 것이었다.


   “제가 누군지 아시고 저한테 그걸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리고 어떻게 제 연락처를?”


   인터넷에서 찾았단다. 아, 공연을 홍보하면서 예매를 위해 공개했던 탓에 내 연락처는 인터넷에 많이 뿌려져 있겠구나.. 아마도 그해 2월 한받님과 함께 했던 공연 안내글을 통해서였겠구나.


   나는 한받님과 이야기해보고 연락처를 알려줬고, 예상대로 한받님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셨다. 언젠가의 글에서 언급했지만 한받님과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고 그분이 하는 모든 활동과 행동을 나는 지지하는데,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받님께서 기업과 미디어로부터 독립된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계시다는 점이다.


   예술활동을 하는 개인의 자립에 대해 특히 강조하시던 한받님의 생각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지금 보면 정말 '화성인'과도 같은 분.



지원사업과 기업 기반 활동


   내가 2016년부터 시작해 계속하고 있는 각종 공공 공모사업들, 그리고 작년 청년허브 지원 사업, 작년과 올해 이어오고 있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 활동까지. 모두 공공이나 기업의 자금 지원을 통해 가능했던 활동과 사업이다.


   최근 카카오 플백 인터뷰를 하고나서, 특히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깊어졌다.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세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계획을 통해 어딘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투자의 명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에 너무 의존하다가 결국엔 내 마음대로 뭔가를 할 수는 없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무슨 거창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관심 있는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서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 정도인데 앞으로 내가 취해야 할 스탠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냥 내 힘으로, 나 스스로 해봐야 할 것 아닌가. 독립적으로.



   뭔가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만약에 더 큰 무언가를 하게 되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없을 테니까. 근데 이건 다 그냥 행복한 고민, 아니 행복해질 무언가가 생겼을 때 하는 고민. 여하튼 누구나 무언가를 하는데 있어 정확하고도 기본적인 방향을 정해두는 건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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