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Mar 02. 2020

Parasite 봤어?

미국 내 영화 <기생충>의 인기

'Did you watch Parasite?'

요즘 미국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미국 사람들이 나한테 한국 영화를 봤느냐고 물어보는 시대가 온 게 진심 놀랍다.


나는 영화 <기생충>을 지난 연말 미국에서 봤다. 미국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본 것도 처음이라 새로웠지만, 더 놀라웠던 점은 관객 대부분이 미국인들이었다는 점이다. 오스카 수상을 하기도 전이었다. 미국이니까 당연히 미국인들이 많은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은 게, 옛날에는 한국인이 밀집해 사는 지역 위주로만 한국 영화 일부를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 관객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었다. <기생충>은 달랐다. 한국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이 버지니아 시골 도시에서도 여러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되고 있었다. 우리말이 흘러나오는 영화를 보며 빵빵 터지는 미국 사람들을 보는 경험에 내 마음이 뿌듯했다.


내 주변 미국 사람들이 <기생충>을 보고 난 뒤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충격적이고 엄청난 영화다. 신선하고 재밌었다. Bong은 천재다.

2) 재밌었는데 충격적이고 머리가 띵하다. 무섭고 난해했다(한국 영화는 다 이래?).


내 반응도 2번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 재밌었는데 그렇게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라고 미국 친구들에게 말해줬다. Bong의 영화는 예술인데, 나는 원래 예술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어떤 친구는 영화에 나오는 짜파구리에 큰 관심을 보여서 내가 언제 한 번 만들어 주기로 했다. 미국 친구들 입맛에 과연 맞을지 내가 더 궁금하다). 그래도 Bong 감독의 다른 영화들보다는 덜 난해하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스카 어워드도 여럿 받았으니 '이 참에 영화관에 가서 한 번 더 볼까' 생각할 뻔했는데, 이제 딸아이가 있어 당분간 영화관은 못 간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냥 집에서 한 번 더 봐야겠다.


기생충의 인기로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김에, 지난주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짧은 발표를 진행했다. MBA 같은 반 친구들이 대상이었다. 크게 한국에 대한 *선입견, *재미난 사실, *경제, *문화 파트로 나눠서 발표했는데 꽤 반응이 좋았다. 한국이 1인당 GDP가 30,000 달러에 달하는 부유한 국가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친구들도 있었고, 한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 처음 알게 된 친구들도 꽤 있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다들 영어를 배워서 영어로 말해주니까 굳이 외국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문화 컨텐츠도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것만 소비하기 때문에 외국 컨텐츠도 관심 밖이다. 그래서 한 친구는 <기생충>을 보고 자막을 보면서 영화를 보니까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아마 자막으로 영화 한 편을 다 본 게 처음인 것 같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한반도가 왜 남과 북으로 나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친구들이 무지하다는 점이었다. 고등학생들도 아니고 일류 대학을 나오고 탑 MBA를 다니는 친구들이 이 정도 팩트도 모른다니. 적어도 그렇게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서 매일처럼 뉴스로 접하면서 왜 한반도가 분단돼 있는지는 알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한국이란 나라는 미국인과 유럽인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생소함에다 이번 한국의 심각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뉴스까지 더해져 많은 미국인들에게 또 하나 부정적인 선입견만 생기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을 계기로 더 많은 훌륭한 한국 영화와 컨텐츠들이 세계적으로 소개돼 한국에 대한 편향되지 않은 이미지가 성립되면 좋겠다(일본처럼 마냥 긍정적인 이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 떨어져서 다행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