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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Feb 23. 2020

출산을 통해 경험한 미국 의료

출산 비용 4천만 원?

2020년 1월 5일 딸아이를 미국 버지니아에서 출산했다. 1월 4일 저녁부터 1월 7일 오전까지 입원해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 2월 중순이 돼서야 청구서가 날아왔다. 미국은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진료를 보고 병원을 나올 때 수납창구에서 진료비를 결제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에서 몇 주 후에 우편이나 이메일로 청구서가 날아온다. 같은 진료라도 가입된 보험에 따라 환자별로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것 같다. 한국처럼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보험사와 병원이 협상을 통해 최종 의료비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우리 가족은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지정한 학생 보험에 가입돼 있다.


청구서 맨 위를 보니 총 30,761 달러가 나왔다. 지금 환율로 약 4천만 원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이래서 미국 의료비가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 금액을 진짜로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병원 측에서도 진짜 이 만큼 내라고 청구하는 게 아니다. 저건 보험사에서 전액 또는 상당 부분을 대신 내준다는 점을 감안한 뻥튀기된 금액이다. 허름한 천 조각 같은 옷에 1천만 원으로 정가 표시를 해놓고 90% 할인해 파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 옷은 1천만 원짜리가 아니라 1백만 원짜리다.


청구서 예시: 맨 왼쪽이 정가, 그 다음이 보험사에서 할인 협상하거나 대신 내주는 금액, 마지막이 최종적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보험사 공제금액을 제하고 내 부담으로 최종 청구된 금액은 3,749달러( 450 ). 이것도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수개월 간의 임산부 진료와 검사, 분만, 무통주사, 분만 후 관리, 입원, 신생아 케어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거기다 3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미국은 맹장수술이 몇 천만 원이다'는 식의 기사는 저 뻥튀기된 '정가'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으로, 실제 일반 국민이 지불하는 의료비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왜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를 짜 놨을까 생각을 해보면, 결국 답은 보험사들의 이윤추구와 로비다. 보험 없이 병원을 가는 게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보험을 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




미국에서 출산하니까 비용이 얼마더라 하는  내용 없는 글인데 조회가 너무 많아서, 참고할 만한 다른 브런치 글들을 링크 걸어 둡니다.


https://brunch.co.kr/@parkisthinking/28

https://brunch.co.kr/@mshong/2

https://brunch.co.kr/@ggulboy/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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