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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Apr 07. 2020

마인드셋

내가 고정 마인드셋이었다니


나는 당연히 내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름 열심히 공부도 하고 독서도 하고, 내 부족한 점을 우고 성장하려고 항상 전전긍긍해 왔으니 말이다. 하루라도 뭘 배우지 않으면 죄책감이 드는 이런 내 마인드셋이라면 당연히 성장 마인드셋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주말에 읽은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은 원래 읽지 않으려고 했던 책이다. 그저 커버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성장 마인드셋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읽어보니 전자는 맞고 후자는 틀렸더라.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하고 행복한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혹 성공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는 뻔한 내용이었다.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자기의 연구 성과물을 어설프게 자기 계발서 비슷한 형식을 빌려 써놓은 그저 그런 책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책의 좋고 나과는 별개로, 내가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돼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런 깨달음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고정 마인드셋의 소유자들은 언제 성장할까요? 모든 상황이 안전하고 쉬운 경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도전이 너무 어렵거나, 자신이 부족하고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 그들은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내게 능력이 있다면 잘할 거고, 능력이 없다면 잘하지 못할 거야.


나는 내가 선천적 자질을 가진 분야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것 같다. 성장 마인드셋인 척하고 있지만, 이게 바로 고정 마인드셋이었던 것이다. 어떤 일을 한 두 번 어설프게 해 보고는, '아, 뭔가 확 가속이 붙지 않네. 내가 재능이 있는 분야가 아닌가 보다. 이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쏟느니 차라리 내가 재능이 있는 다른 분야를 찾아보자. 그게 훨씬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길일 거야. 내가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곧 흥미를 잃어버렸다. 겉으로는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열심히 해도 잘하게 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도망친 것이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내 재능(=나)이 타인에 비해 우월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적어도 이 분야에서) 열등한 존재인 게 탄로날까봐 도전과 배움을 피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냥 아직 숙달하지 않은 것뿐이고, 초기 학습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익숙해가는 과정일 뿐인데, 고정 마인드셋은 얼른 포기하고 다른 걸 찾는다. 내가 조금만 노력해도 결과가 잘 나는 쉬운 길만 찾는 것이다. 조금만 노력해도 남들보다 잘하면, 그게 마치 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오해하기 때문이다.


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너무 어렵지만 재미있어'라고 느꼈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바로 그때가 저의 마인드셋이 바뀐 순간이었겠지요.


재능은 처음 한 두 번 해봤을 때 얼마나 잘하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재능은 노력을 통해서 어느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노력만 열심히 하면 메시처럼 축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떤 연구자들도 그렇게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처음 한 두 번의 시도가 어떤 사람이 한 분야에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교 때 농구팀 선발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또 자신이 뛰고 싶었던 노스 캐럴라이나 주립대학 농구팀 선발에도 떨어졌다. 이게 조던의 재능 부족을 의미했다면 농구 황제는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저 시점에서 조던의 실력이 아직 그의 포텐(재능의 한계선)에 다다르지 못했을 뿐이다. 재능은 처음부터 얼마나 잘하냐가 아니라 엄청난 학습과 연습을 투입한 이후에 결국 얼마나 잘할 수 있냐 하는 것이다. 결국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재능에 대해 판단하고 핑계되서는 안 된다.


(자기 재능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연습하세요. 그게 배움의 과정이니까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학습은 완벽해지기 위한 게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 학습은 틀리지 않음으로써 내가 똑똑하다(또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쉬운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건 자기를 뽐내기 위한 수단일 뿐 학습이 아니다. 진짜 학습은 내가 지금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때 일어난다. 나는 이제껏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항상 내가 틀리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안전하게 학습해왔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받고 또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마인드셋>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고정 마인드셋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책 한 권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 비록 잘 쓰인 예술작품 같은 책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깨끗한 거울처럼 나를 잘 비춰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내가 왜 대학교 때 중국어 수업을 듣고 여태껏 중국어를 싫어해왔는지 깨달았고, 왜 항상 실패하지 않고 '성공'해 왔는지도 알겠다. 내가 이미 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노력과 그에 필히 수반되는 실패를 피해온 것이다. 싫어했던 게 아니라 내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재미있는 게 뭔지 모르겠는 게 아니라, 노력 없이 즐기기만 하려고 하니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멍청해 보이기 싫으니 질문하지 않고 그냥 관심 없다고 했던 거다. 별거 아닌 '성장 마인드셋'이란 단어가 이렇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처럼 자기가 당연히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읽고 꼭 한번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오늘 내가 배우고 성장할 기회는 무엇인가?



커버 이미지: Photo by Ravi Roshan on Unsplash

블로그: https://www.jaycho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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