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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Nov 09. 2020

그만 울라고 말하지 마라

오은영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서 인용


아이가 울면 보통 부모들의 반응은 이렇다.

"어, 우리 딸 왜 울어?"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표출해도 마찬가지다.

"아들, 왜 그렇게 짜증내고 화를 내?"


그리고는 감정표출의 중단을 요구한다.

"뚝! 그만 울어. 괜찮아."

"계속 화내면 혼난다! 뭘 잘했다고 그러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회사에서 또라이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씩씩거리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캔 꺼내 마신다. 쉽게 화는 가라 않지 않는다. 이때 아빠나 엄마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잊어버리고 그만 마음 가라앉혀. 원래 세상살이 쉬운 거 하나 없어."


그렇다. 우리가 아이에게 했던 말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그런 소릴 들은 아이 입장에서도 화난 감정이나 슬픈 감정이 해결될 리 없다. 내 감정이 그렇듯이. 감정은 누가 이제 그만 하라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적절한 표출을 통해 소진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만 울어"라고 하는 이유는 순전히 우리 이기심이다. 우는 상대방을 보는 나의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계속 울면 나의 마음도 공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이 해결이라고 믿는다. 실은 상대방이 가진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우리 감정의 해결인데 말이다.


울면 그냥 울게 해줘야 한다. 짜증내거나 화내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표현하고 나면 격한 감정은 저절로 사그라든다. 그걸 억지로 멈추려 하는 건 폭력이다. 이기심이다. 그냥 흘러가게 두어야 본인도 자기 마음 상태를 확실히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스스로 이해돼야 감정이 소화되고 진정도 된다.


친구, 아이, 배우자가 울 때 "그만 울어"라고 말하지 말자. 충분히 울도록 옆에서 기다려주자. 이때 해결이 필요한 건 내 마음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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