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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Nov 13. 2020

한국 음식이 맛있는 이유


미국에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얘네(미국 사람들)는 혀가 없는 게 아닐까?


매일 먹는 게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고, 그다지 맛도 없는 걸 먹으면서 엄청 좋아한다. 한국처럼 '야식 문화'란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핫한 음식 메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별로 먹는 데 크게 목숨 걸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한국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먹는 행위가 훨씬 중요하게 여겨진다. '오늘 뭐 먹지?' 하는 질문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꽤나 크다. 먹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요식업 경쟁은 치열하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피 터지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맛있는 메뉴들이 개발되고 새로운 '맛집'들이 태어난다. 한국 음식이 맛있는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요와 공급.


그럼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먹는 일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스트레스'가 한 가지 이유가 아닐까.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이 사회에 유독 많은 것 같다.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전반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는 많은데 그걸 풀 수 있는 옵션이 먹는 것 외에 별로 없다는 말이다. (순전히 그렇지 않을까 하는 내 가설에 불과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은 분명 아주 크고 소중한 것이다. 내 삶에도 큰 기쁨이다. 다만, 음식 섭취를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로 너무 전락시켜버리면 부작용이 생긴다. 살이 찌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죄책감이 생기고, 다이어트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유발된다. 이 악순환은 쉽게 끊기 어렵다.


먹는 행위 말고, 자기를 위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예를 들면 '걷기' 같은 것으로. 스트레스 해소는 그걸로 하고, 음식 먹는 기쁨은 순수한 유희의 수단으로 잘 보존해 놓자. 어차피 먹는 일은 매일 해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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