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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Dec 22. 2020

1월 1일의 의미


오늘날 우리 달력(그레고리력)에서 과학적이라고 볼 만한 건 365라는 숫자뿐이다(정확히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로, 지구가 태양을 1회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365일이라는 1년 사이클의 시작점이 1월(January) 1일이 된 것에는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양력 1월 1일은 해가 가장 짧은 날도 아니고 겨울의 시작도 끝도 아니다. 한 마디로 그냥 무작위로 정해진 날이다. 그레고리력이 채택되기 전에는 3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문화권이 많았다(조선은 1896년부터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였다). 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농사가 가장 중요했던 시절에 땅이 녹고 새싹이 트는 봄의 시작을 한 해의 출발로 보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새해 첫 달이 3월(March)이 아니라 1월(January)이 된 건 율리우스 카이사르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로마의 시저(Ceaser) 말이다. 그는 집정관 취임과 함께 당시의 11월 1일을 새 달력(율리우스력)의 첫날로 선포했다(빨리 취임하고 싶어서 1월까지 기다리지 못했다는 설이 있음). 이때부터 11월을 의미했던 January가 1월이 됐다. 다른 월들도 두 달씩 뒤로 밀리면서 본래 한 해의 시작을 의미했던 March가 3월이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1년이 굳이 12개월일 필요도 없다. 그 유명한 마야인들의 달력에서는 일 년이 18개월이었다. 하루를 24로 나눈 것도 그렇고, 한 시간을 60으로 나눠서 분으로 사용하는 것도 임의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1월 1일 0시 0분 0초는 아무런 실질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언제든 시작은 우리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다시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중간점에 다다르면 심리적 슬럼프를 겪고, 끝이 다가오면 '이번에는 못했지만 다음(새해, 다음 달, 다음 주)에는 반드시...' 하며 다시 전의를 다진다(고 쓰고 목표를 미루고 신나게 논다고 읽음). 그런데 어차피 1년이란 개념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가 우리라면, 굳이 남들 따라 1년 365일을 한 사이클로 살아갈 필연적 이유도 없다.


한 달을 1년처럼, 아니면 한 주를 1년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더 잦은 시작의 설렘을 느끼고, 더 잦은 끝맺음의 보람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더 자주 실패와 슬럼프를 경험하고, 더 많은 일을 미루게 될지도 모르지만, 괜찮다. 어차피 인생은 해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의 연속이니까.


자, 그럼 새 실험은 2021년 1월 1일부터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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