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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04. 2021

목표는 쓰레기통에

여러분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목표 세우기'에 집중합니다. "올해는 5kg 빼야지." "올해는 책 50권 읽어야지." "새해엔 영어공부에 꼭 성공해야지."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런 목표는 너무 자주 우리를 배신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만 하더라도 지난 30여 년 간 세운 새해 목표 중에 이뤄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한 번도 제대로 돌이켜보지 않아서 뭐가 달성됐고 뭐에 실패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네요. 목표는 그런 것입니다. 세우는 데 시간, 노력, 예쁜 다이어리 또는 아이패드 등이 소요되지만, 정작 돌아오는 결과는 시원찮죠.


우리는 목표보다 시스템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시스템은 곧 목표로 가는 길을 의미합니다. "나는 꼭 미국에 갈 거야. 나는 꼭 미국에 갈 거야. 나는 꼭 미국에 갈 거야."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하고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사실 결과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미국에 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연구해보는 시간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목표가 아니라 시스템이 결과물을 낳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 축구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몇 만 명은 되겠죠. 그중에서 축구를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에서 뛰어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제임스 클리어는 말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목표는 같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에 저는 소름이 끼치더군요. 목표 자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게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겁니다. 목표 설정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오늘의 손흥민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그 훈련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고안한 100만 불짜리 시스템의 일부였죠. 시스템이 길을 놓았고 손흥민 선수는 그 위를 잘 달려온 것입니다.


목표에 집중한다는 건 결과(output)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함수의 개념으로 생각해 볼까요. x라는 인풋이 있고 y라는 아웃풋이 있습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함수(function)가 있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바는 단연 y를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y가 아니라 x나 함수(시스템)에 손을 대야 합니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거나(x 감소) 근육량을 높여서 기초대사량을 높여야겠죠(시스템 개선). 지방 흡입 같은 방법으로 y에 손을 대는 건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한국인의 목표지향성은 특히나 강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왔죠. "학생 때는 수능에만 집중해라." "대학에 가서는 취업에만 집중해라." "취업하고 나면 돈 모아서 결혼하는 데 집중해라." 다 우릴 위해서 하는 말인 건 압니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우리 행복을 제한하는 위험한 약일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때까진 참고 견뎌야 한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면, 미래에 올 불확실한 행복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 말입니다.


목표 추구는 달성되면 끝나버리는 단판전입니다. 그리고 이미 끝난 경기는 더 이상 우리 동기를 자극하지 않죠. 요요현상은 당연한 것입니다. 요요현상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이상향으로 나가는 여정, 즉 시스템에 무게를 두면 됩니다. 끝이라는 선을 긋지 않으니 성공, 실패라는 딱지도 붙지 않습니다. 행복을 목표 달성 이후로 미룰 필요도 없어지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매일매일 그저 조금씩 걸어가면 그뿐입니다.


2021년은 우리 인생의 마지막 해가 아닙니다. 운이 퍽 나쁘지 않다면 우리 여정은 2022년에도 이어질 것입니다. 저의 새해 바람은 이것입니다. 우리 모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Happy new year!




존댓말 대화체로 글을 써보면 어떨까 싶어 도전해봤습니다. 연초엔 뭐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으니까요. 말하듯이 쓰니까 확실히 술술 잘 써지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제 아내 마음에는 들지 않나봅니다. 제 목소리 같지 않고 남 같아서 별로라네요. 다른 구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해집니다. 뭐 결국엔 저의 제 1 독자이신 아내님 말을 따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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