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공부'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래 'study English'보단 'learn english'가 맞다. 영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라 배워 익히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영어학습을 주요 목표로 삼은 사람이 많을 거라 믿는다. 효과적인 영어학습 방법에 대해 내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책 한 권 읽고 시작하자. 김민식 작가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추천한다. 나는 책 보다 구어체로 된 스피치를 외우는 걸 더 추천하지만, 어쨌든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전반에 동의한다. 영어학습이라는 산을 넘기에 앞서 몸풀기 정도로 읽기 좋은 책이다. 실용적인 학습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될 것이다(비록 잠시라도).
다음은 모바일 앱이다. 케이크(Cake), 미티영, 오바마 스피치를 다운로드하자.
케이크는 심심할 때 켜서 새로운 영어 표현 한 두 개를 익히는 데 좋다. 알람 설정을 해놓으면 내가 모르는 새로운 표현이 매일 알람으로 뜰 것이다. 그때마다 한 표현씩만 배워도 1년이면 300개 이상이다. 모두 잘 알다시피 영어(뿐 아니라 모든 언어)는 매일 해야 한다. 그래야 는다. 시간보다 반복이 중요하다. 주 1회 5시간 하는 것보다 주 5회 30분 학습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미티영과 오바마 스피치는 듣기, 읽기, 말하기가 한 번에 연습 가능한 훌륭한 앱들이다. 미티영은 커피 한 잔보다 싼 가격에 월 구독이 가능한 유료 서비스이고, 오바마 스피치는 같은 사람이 만든 무료 앱이다. 미티영은 미국 TV쇼 따라 말하기에, 오바마 스피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따라 말하기에 특화돼 있다. 미티영은 좀 더 초보에, 오바마 스피치는 중급 이상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관심 있는 분야의 TED 영상을 보고 외운다던지, 좋아하는 인물의 강의(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 연설 추천)를 외우는 것도 좋다.
다만, 좋은 자료나 영상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영어 학습 자체보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 막상 학습을 시작하긴 두렵지만 준비과정은 스스로에게 좋은 핑계가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영어 학습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결심하는 시간(동작)은 학습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니 최소화하는 게 맞다. 중요한 건 연습(행동)이다. 일단 뭐라도 소리 내 읽고 완벽히 외워보자.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동작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하는 준비를 한 것뿐이다. 준비가 '미루기'의 또 다른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실제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한낱 준비만 하는 것만을 바라지 않는다. 연습을 바란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유투브(Youtube 발음은 유-튜브가 아닌 유-투브다. Puma가 푸마로 발음되는 것처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렇게 하면 영어 x개월만에 마스터' 같은 영상은 특히 경계하자. 그걸 보면서 나도 곧 영어 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그건 정말 '느낌'에 불과하다. 오히려 x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내심 초조해질 뿐이다. "남들은 저렇게 짧은 시간에 저 정도나 실력이 늘었는데 나는 왜 제자리걸음이지?" "나는 역시 안되나 봐." 이런 내면의 목소리만 점점 커진다. 이런 부정적 감정이 영어와 자주, 지속적으로 결부돼 왔기 때문에 한국인의 영어 울렁증이 그렇게 심한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좋은 감정과 연결 지어야 한다. 우리는 좋은 감정을 일으키는 일만을 추구한다. 나쁜 감정을 야기하는 행동이 습관이 되는 경우는 없다(감정이 습관을 만든다 참고). 가장 좋은 예는 영어권에서 온 애인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좋은 감정과, 그 사람과 영어로 소통하겠다는 필요가 연결되면, 이보다 좋은 동기부여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연애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이지 별로 안 중요하다. 그러니 문법 공부 계획 따위는 필요 없다. 초보자라면 아직 문법을 신경 쓸 단계가 아니라서 필요 없고, 상급자라면 이미 필요한 문법은 체득한 상태라서 그렇다. 중급 정도에서 핵심적 문법 공부가 도움이 될 수 있겠는데, 이 경우도 하루 이틀 정도 핵심만 공부해도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영문법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강의나 책을 파는 사람들한테나 중요하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다. 커리큘럼을 짜서 '공부'를 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다. 많은 표현(문장)들을 듣고, 소리 내 따라 말하고, 외우고, 써먹어서 익히면 그만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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