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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Mar 14. 2021

그녀의 출세를 돕고 싶어서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미국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맞아 너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루 정도 다른 생각 없이 재밌는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 그 소원을 이뤘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짧게나마 방학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며칠밖에 안 되지만.


오늘 하루 다른 과제나 공부 걱정 없이 책을 읽었다. 서너 권을 왔다 갔다 하며 읽었다. 마침표를 찍은 책도 있고 읽다가 잠시 접어둔 책도 있다. 이 중 가장 인상 깊고 재밌게 읽은 책은 이주윤 작가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이다. 특별히 에세이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 출세욕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손이 갔다(이것이 편집의 힘인가).


결과적으로 정말 너무 재밌어서 읽는 동안 1분 1초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작가의 위트 있고 솔직한 서술에 몇 번이나 소리 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가 소리 내 웃어본 건 오랜만이다. 어떻게 이 정도로 솔직하고 재밌게 일상적인 글을 전개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도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클래스101과 탈잉에서 '글쓰기 강의'를 검색하고 있었다.


글쟁이로 먹고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건 더 어렵다. 소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들만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주윤 작가는 아직 이 행운아들 중에 속하지 못했다. 아직 글쓰기만으로는 밥벌이가 힘들어 일러스트 일을 병행하고 있다. 비록 그림 그리기가 좋지는 않지만 글쓰기보다는 벌이가 좋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녀는 글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그리고 좋은 책으로 대박 터뜨려서 글쓰기 만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출세를 고대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솔직한 열정을 응원하지 않을 독자는 없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길고 긴 세월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출세를 도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내가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 그녀의 책 한 권을 읽으면 그녀에게 얼마나 수익이 할당될지 궁금했다. 정확한 액수는 찾을 수 없었다. 내 맘대로 예상컨대 저자에게 분배되는 수익은 500원이 채 안될 게 확실하다. 100원이라도 돌아가면 다행이지 않나 싶다. 내게 한두 시간의 행복을 선사한 대가가 고작 500원 이라니, 20년 전 PC방 이용료보다 못한 수준이라니. 미안했다. 500원으로 그녀의 출세를 응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구글을 좀 더 뒤져봤다.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와 뉴스페이퍼가 전자책 출간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종이책 출판사를 통해 전자책을 출판하는 경우의 인세율은 26% 정도라고 한다(기사 링크). 종이책 인세율이 10% 선임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저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전자책의 판매가가 더 싼 걸 감안하더라도 분명 전자책 한 권을 구매하는 편이 작가의 출세를 돕는 데 더 확실한 방법이란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래서 행동에 옮겼다. 오늘 하루 나를 즐겁고 보람차게 만들어준 이주윤 작가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전자책을 한 권 구매했다. 그녀의 출세를 돕고 싶어서.


어쩌면 난 그녀의 교묘한 세일즈에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당한 게 맞다. 책 말미에 나오는 이 구절을 보면 말이다(나도 언젠가 책을 낸다면 꼭 이런 구절을 책 말미에 넣을 생각이다).


도서관에 자주 들러서 최대한 많은 책을 펼쳤다 덮었다 반복하다 보면은 나와 주파수가 맞는 책을 발견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만난 책을 서점에서 한 권 사는 일도 잊지 않겠다. 당신의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저자가 알아채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다.


그녀의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닐지라도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윤 작가가 나의 그런 마음을 알아채기를 희망한다. 비록 1천966원(전자책 7,560원 x 인세율 26%)이라는 하찮은 돈이지만 앞으로 그녀의 출세라는 태산에 내가 티끌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출세하고 싶은데, 내 출세는 누가 도와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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