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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Feb 28. 2021

명상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2

명상이란 걸 해보기로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30일 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저녁으로 한 번 씩 명상을 했다. 처음 도전하는 것인 만큼 혼자 할 수는 없었다. 명상이 대체 뭐 하는 건지도 몰랐기 때문에 코치가 필요했다. 아이폰으로 Headspace라는 앱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 30일 간 매일, 총 706분의 명상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명상이란 걸 평생 처음 해보면서 느낀 점을 돌아봤다.


진행 방법은 지겹게 간단하고 반복적이었다. 시작은 큰 호흡이다.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는 호흡을 서너 차례 반복한다. 그런 다음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나서는 평상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내 몸의 감각들에 집중한다. 내 몸과 그 아래 의자 사이에서 느껴지는 압력, 중력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목적은 내 몸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해 돌아보고 내가 그 자리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상태임을 각성하는 것이다.


내 몸과 환경에 대해 감각으로 인식 한 다음은 호흡으로 시선을 돌린다. 호흡에 따라 내 복부 또는 흉부가 위아래로 운동하는 것을 관찰하고 느낀다. 여기에 어떤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관찰, 인지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저 수동적인 시각으로 내 호흡을 바라본다. 집중이 잘 안 된다면 하나, 둘, 셋, 호흡을 새어본다. 혹 딴생각이 들어도 괜찮다. 깨달은 순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매번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세션을 시작하기 앞서 강사가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데 이런저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긴 하지만 그건 두세 마디에 불과하다. 매일매일 그저 호흡과 내 몸의 감각들에 집중하고, 관찰하는 게 전부다. 가끔 그러다 잠이 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가 대체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걸까? 아직 명상 수행 30일 차 초보에 불과하지만, 나름 명상의 효과를 하나둘씩 느끼고 있다.


첫째로, 다른 생각을 안 하고 10분 정도 가만히 있는 것 만으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누그러진다. 꼭 명상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하루에 한 번도 뇌를 온전히 쉬게 내버려 두지 않는 현대인들은 잠깐의 타임아웃이 필요하다. 10분 간의 짧은 타임아웃이 뇌를 청소해 주는 느낌이 든다. 이 때문인지 아침마다 올라오던 습관적인 짜증이 줄었다. 이것만으로도 값진 성과다.


둘째, 호흡이라는 단순한 몸의 운동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좋은 집중력 연습이 된다. 요즘 부쩍 느끼는데 유투브 때문에 내 집중력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영상이 10분만 넘어가도 절대 끝까지 보지 못한다. 항상 내 손은 키보드 화살표에 가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10초씩 건너뛴다. 그럴수록 내 인내심도 짧아진다. 이제 두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다. '지겨우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영화 감상을 선행한다. 이런 내 인내력 결핍을 명상이라는 수행이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느끼고 있다. 내 명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지루해 보이는 일을 견디는 인내력도 길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상의 효과를 방증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보상이 없는 행위를 웬만하면 지속하지 않으니까.




커버 이미지: Photo by Simon Ra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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