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merican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Jun 10. 2021

퀸사이즈 침대두 개짜리 호텔방을 예약했다

퀸사이즈 침대 두 개짜리 호텔방을 예약했다. 킹사이즈 한 개만 있는 방을 예약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내와 관계가 소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 퀸사이즈 베드에서 각자 홀몸으로 몸을 쭉 뻗고 쉬어야 수면의 질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아내도 알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위한 간이용 아기침대도 따로 요청해 준비해뒀다. 우릴 닮아서일까. 아이는 혼자서 더 잘 잔다. 우리 세 가족에겐 세 개의 구분된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던 일이다. 대학생 때 일본에서는 부부도 따로 침대를 쓰는 게 유행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부부가 결혼해서 따로 잘 것 같으면 굳이 왜 결혼이란 걸 하는 거지? 그냥 아예 따로 살지.' 결혼도 안 해본 주제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매우 아주 엄청 아재 같은 생각이다. 불과 몇 년 전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사람이었다니.


부부가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건 좋은 일이다. 반대로 따로 자는 것도 나쁠 게 없다. 아니, 애초에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에 따라 이런저런 삶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연애할 적에는 싱글침대에서 불편하게 끼어 자도 괜찮았다(더블도 슈퍼싱글도 아닌 싱글!). 그래도 서로 불만 하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강산도 변했으니까. 사랑이 달라진 게 아니라 몸이 바뀌었다. 20대 때와는 다르게 조금이라도 불편한 자세로 자고 나면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개운하지가 않다. 구태여 둘이 부대껴 자고 다음날 골골댈 이유가 없다.


얼마 전 아내와 합의도 봤다.


"우리 다음번에는 안방에 퀸사이즈 두 개 놓자."

"좋은데...?"


결정했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지금 쓰고 있는 킹사이즈 매트리스가 아직 2년밖에 안돼서 각 1 침대를 실현하려면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우리 호텔방은 주욱 퀸사이즈 두 개짜리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Patrick Robert Doyle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