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den MBA 합격하다
2018년 10월 17일 어제저녁 7시쯤 '001-'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이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올 전화를 내심 애타게 기다리던 중이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떨려 힘들었지만 냉큼 받았다.
Congratulations!...
합격 전화였다. 나는 University of Virginia Darden School of Business의 Full-time MBA Program에 Early Action(수시)으로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9~10월 중 4개 학교에 지원한 상황이었는데, 가장 먼저 지원한 Darden에서 가장 빨리 합격 통보를 날려줬다. 너무 고맙다.
직접 전화 연락을 한 입학처 관계자는 지난 9월에 서울 입학설명회에서 뵀던 분이어서 더 반가웠다. 잠시 후 미국 동부시간으로 정오에 공식 합격 이메일과 함께 장학금 수여 여부가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가고 싶은 학교에 합격한 마당에 사실 장학금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제발 3분의 1만이라도 주길 희망했을 다름.
미국 동부시간으로 정오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 당연히 잠이 오지 않았고 이메일을 기다렸다. 그저 합격 축하 메일이 어떻게 생긴 건지 보고 싶었다. 따르릉. 새벽 1시가 넘어서 이메일이 도착했고, 그 말로만 듣던 미국 대학교의 Acceptance Letter를 내가 드디어 직접 받아보다니. 아내를 급히 불렀다. 다음 페이지 내용 첫 문장이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믿어지지가 않아서.
You have been awarded a scholarship of full tuition and required fees...
미국 탑 MBA 프로그램들의 학비는 2년간 1.5억 원 정도다. 이걸로 이제 결혼 3개월 만에 직장 때려치우고 백수 되기로 한 결정에 한가닥 그럴듯한 핑계가 생겨서 기쁘다. 이제 공부도 좀 더 맘 편히 할 수 있겠지. 아내는 고맙게도 이제 장학금을 받았으니 BBQ 치킨이 먹고 싶으면 시켜먹어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아, 추가로 100만 원짜리 Udacidy 데이터 사이언스 Nano Degree 프로그램도 수강하게 해 줬다. 감사합니다.
백수가 그나마 힘든 부분이란 게 바로 불확실성인데, 이제 이건 해결됐다. 난 이제 내년 6월까지 시한부 백수다. 흠, 회사 그만둔 건 부모님께 언제 커밍아웃 해야하나...?
사실 내가 MBA에 장학생으로 붙었다는 자랑보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가깝든 멀든 똑똑하든 멍청하든 친구든 부모든 남의 조언은 꼭 걸러 들으라는 것. 다른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 지난 7월 자산운용사를 나올 때 백수 되는 건 사실 두렵지 않았다. 단 한 가지 걱정이 바로 MBA에서 과연 직장도 없는 사람을 뽑아줄까 하는 우려였다.
예상할 수 있듯이 구글링이든 GoHackers든 검색해보면 모든 정답은 마치 정해져 있는 듯하다. 학부는 SKY가 아니면 안 된다, 직장 경력은 해외 IB는 몰라도 국내 증권사는 안 쳐준다, 실직자는 절대 못 간다, 외국인은 전액 장학금 못 받는다, GMAT은 학원을 다녀라 말아라. 어떤 대단한 분들이 그런 글 올리는지 몰라도 그렇단다. 무슨 전문가가 이렇게 많은지.
그들이 틀리다는 걸 증명해서 기쁘다.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들도 너무 멀고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실패한 사람들은 자기가 해봤는데 이 일은 벽이 높아서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안되니까 헛수고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듣지 말자. 소신을 가지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가자. 안 그럴 수도 있으니까.